결전 50여일 앞둔 미대통령 선거전|『카터』·『리건』 백중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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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11월4일의 미국 대통령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선거전은 예측불허의 「시소·게임」 으로 변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로부터 이상할이만큼 「카터」와 「리건」이 백중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주의 「타임」지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카터」와 공화당의「리건」이 똑같이 39%의 지지를 받고 있고 무소속의 앤더슨이 15%를 마크하고 있다.
16일 밤 공개된 「뉴욕·타임즈」와 CBS방송의 전국여론조사는「카터」가 38%, 「리건」이 35%로 역전되고 「앤더슨」이 13%로 힘겨운 추격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지난7월까지만 해도 「리건」이「카터」를 25∼3O%나 크게「리드」했던 상황과 비교한다면 「카터」로서는 상당한 만회를 한 셈이다. 더구나 「리건」은 「대만과의 국교재개」문제와 남부도시에서의「KKK발상지」 운운의 발언으로 계속 인기를 잃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은 대부분이 어느 정도 예상돼 왔던 결과일 뿐이다.
7월의 「디트로이트」 공화당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리건」의 인기가 절정을 이룬 사실이나 8월의「뉴욕」민주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카터」의 인기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점 등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의 전례에 비추어 자연스런 흐름으로 이해되고 있다.
9월에 접어들면서 선거전이 본격적인 체제로 돌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히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는 유권자들이 9월을「인상을 받는 달」로 부르고 10월은 「결심의 달」로 통한다.
말하자면 그동안 계속돼 온 수많은 예비선거와 전당대회를 통해 압축해 놓은 후보자들의 접견과 소신을 보고 각 후보자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나름대로의 인상을 받은 다음 정책토론과정을 거쳐서 10월중에 최종적인 결심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 똑같은 인기도를 유지하고 있는 「카터」와「리건」에겐 앞으로 남은 50여일이 그들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된다.
지금까지 민주·공화 양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정강정책을 제시했고 「카터」와 「리건」은 몇 가지「이슈」를 놓고 열띤 설전을 교환했다.
그러나「카터」와「리건」이 세금삭감을 포함한 경제정책과 중국정책·국방정책 등에 관한 적지않은 신경전을 계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권자들에게는 어느 특정「이슈」를 놓고 어느 후보의 견해가 낫더라는 평가를 내릴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본격적인 정책대결을 벌일 3차례의 TV토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21일 「볼티모」에서 열리는 제1차 TV토론을「카터」대통령이 「보이코트」 하는 바람에 금년도 선거전에선 TV토론의 참가여부가 오히려 큰 토론「이슈」가 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카터」의 TV토론참가 거부이유는 무소속의「앤더슨」이 동등하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앤더슨」은 「리건」보다는「카터」의 기반인 북부공업지대에서의 표를 크게 잠식하고 있어서 「카터」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앤더슨」의 존재를 부상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2중 부담을 안고 있다.
「카터」가 「앤더슨」이 낀 3자간의 TV토론을 거부하고 「리건」과의 1대1 토론을 고집하자 「리건」과「앤더슨」은 입을 모아 「카터」를 겁장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나 「카터」진영은 지금 당장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앤더슨」의 위치가 더 이상 부각되는 것을 우선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도박을 하면서『대통령 선거전은 항상 모험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하지만 9월에 접어들면서 「카터」의 희망대로 「앤더슨」의 존재가 희미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미자유당이 「앤더슨」을 공식 지지하고 나섰고 「3파전」의 양상은 더욱 짙어가고 있어「카터」진영은「앤더슨」의 불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전략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선거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3대TV「네트워크」는「앤더슨」을 「카터」·「리건」 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으며 각 신문 방송들은 「카터」의 TV토론 「보이코트」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달 들어 세 후보의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카터」는 회복세이고 「리건」은 꾸준히 현상 유지를 하는 편이며 「앤더슨」은 부상하는 추세다.
「카터」는 가능한 한 현직의 이점을 살려 「대통령답게 보이는 전략」을 고수할 참이다.
정치관측통들은 이제 「카터」나「리건」이 어떤 계기를 맞아 인기가 수월하게 올라가는 때는 지났으며 지금부터는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악화된 경제문제와「이란」인질사건을 포함한 국제 정세의 호전여부가 대통령선거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인질사건이 급진전되고 앞으로 2개월간의 경제상황이 호전된다면「카터」의 재선 가능성이 많을 것이며 국내의 사태가 정체상태거나 더욱 악화된다면「리건」의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TV를 통한 정책대결과 국내외적 상황의 변화, 그리고 무소속의 『「앤더슨」 변수』까지 작용하는 예측불허의 「게임」이 될것이 틀림없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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