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 「드라머」 부부시리즈 『두사람』 깔끔한 연출에 박진감이 넘치는 수작|KBS 『여장부』 현대녀성에 많은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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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TBC-TV가 오랫동안 다뤄온 부부 「시리즈」는 볼만한 「드라머」로 주부들사이에 관심도가 높지만 11일에 방영한 『두사람』은 근래에 보기드문 격조 높은 수작이었다.
남편을 하늘같이 믿고 의지하며 삶의 온 의미를 가정의 행복에 걸었던 한 여인이 결혼 9년만에 파경에 직면, 이혼을 결심하고 자신을 돌이켜 보며 허망해한다.
한편 남편은 한 여자의 행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자랑스럽고 가슴뿌듯한 것이었지만 생존경쟁의 각박한 사회속에서 미약하기 이를데없는 자신 하나도 주체하기 힘드는데 한여자의 온 인생과 행복이 자신에게 맡겨져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 점차 힘겹게 느껴져 아내가 모르는 고독을 앓고 있다는 부부의 이야기다.
어느 부부에게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소재지만 「스토리」 전개를 사건에 무지않고 세월이 감에 따라 변해가는 부부간의 심리상태를 예리하게 묘사해 우선 작품자체에서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무대변화도, 사건진전도 없고 출연자도 단출한 정적인 심리극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박진감과 긴박감이 흐르고 군더더기를 배제한 깔끔한 연출이 잘 조화를 이루어 「드라머」의 격을 높여주었다.
「드라머」의 대부분을 이순재와 고은아 두사람의 연기로 지탱하는 2인극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두사람의 내면에서 우려나온 연기도 훌륭했다.
○…KBS-TV의 이번주 「전설의 고향」은 임진왜란때 아들과 함께 전사한 의병장 김천일의 아내 양씨부인의 이야기를 다룬 『여장부』이다.
추녀로 소문난 양씨부인을 남편은 물론 온 집안식구가 실어하여 내치기를 원하나 시아버지와의 바둑내기에서 이겨 오히려 집안의 운영권과 전재산을 넘겨받아 집안의 개혁을 주도하고, 남편으로 하여금 나라를 의해 싸울 수 있도록 내조를 한다는 이야기로서 여자의 아름다움이 어찌 외모에 있으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마음에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양씨부인의 행적에서 현대여성들이 배울점은 「며느리는 시집의 가풍을 이어받고 유지하는 것」만이 지상과제가 아니라 「가풍을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임금이나 부모에겐 무조건 복종해야하고 상반된 의견이 있을지라도 웃사람에게 무조건 굴복해야하는 전통봉건사회의 잔재가 아직도 짙게 남아있는 오늘날의 사회와 가정에 양씨부인같은 가정의 개혁자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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