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타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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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세계의 유명 도시들은 으례 「심벌」을 갖고 있다. 관광객들도 거의 예외없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게 마련이다. 미국 「워싱턴」시의 「워싱턴·모뉴먼트」, 「런던」의 「빅·벤」이나 「런던」탑, 「파리」의 「에펠」탑,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에센하이머」탑, 동경의 「도오꾜·타워」, 「모스크바」의 「스파스카야」탑.
서울의 상징적인 명소는 어디일까. 고적지는 적지 않지만, 글쎄 어느 곳을 먼저 찾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남대문은 「빌딩」 숲에 묻혀 있어 오히려 초라하고, 고궁도 어디를 상징으로 삼아야할지 언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서올 남산 위에서 하늘로 치솟고 있는 「타워」는 가히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다고 규모나 높이로 보아 그것은 세계적이다.
높기로 치면 남산 「타워」는 해발 5백37m인 「모스크바·안테나」탑의 다음이다. 세계 2위인 것이다. 남산 「타워」는 해발 4백79m.
하늘이 맑은 날은 탑 꼭대기에서 인천 앞바다가 아득히 보인다. 동경 시민들이 자랑하는 「도오꾜·타워」도 높이는 불과 3백33m다.
문제는 규모보다도 시설이다. 관광명소로 공개될 양이면 시설에 있어서도 수준급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기 쉽다. 우선 건축술하며, 「엘리베이터」하며, 내부 장치 등이 그렇다. 건축물은 흔히 종합 문화의 축소판으로 평가된다.
외국 특히 「유럽」의 경우는 이런 구조물들이 오랜 역사의 산물이어서 사람들은 건축물로서보다는 유래나 역사의 흔적으로서 더 감동한다. 「에펠」탑의 경우는 1889년 만국 박람회의 기념물이며 「파리」 중심 67㎞의 시계를 갖고 있다. 연 1백60만명의 관광객이 오르내린다.
「런던」에도 유명 탑이 많다. 「빅토리아」탑 (1백20m·「빅·벤」·「런던」탑 등이 있다. 「런던」탑의 경우는 오각형의 요새 겸 궁전으로 13개의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1078년 「윌리엄」 정복왕이 건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워싱턴·모뉴먼트」는 「마틴·루더·킹」과 같은 민권 운동가가 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요즘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물로도 되어 있다. 「워싱턴」의 모든 「빌딩」 높이의 상한이 바로 이 「워싱턴·모뉴먼트」 (1백69m)를 넘을 수 없다. 물론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정상으로 올라가 볼 수 있다.
남산 「타워」는 우선 명칭부터 통일을 찾으면 어떨까. 남산 「타워」보다는 서울 「타워」가 더 좋을 것 같다. 우리도 부르기 좋고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서울「타워」의 시설은 이왕이면 외국 명물들의 견문을 넓혀 손색이 없게 해야 하겠다. 공개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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