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자기진단 민병석<카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내과과장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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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화기계통 질환의 3대 원인으로는 정신신경의부안,변절 또는 오염된음식물의 섭취,과음·과식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여름철은 음식물의 변질과 과식이 많다.
과식·과음에 의한 소화장애 중에서 가장 전형적이고 위급한 것이 췌장염이다.
K씨의 예에서 급성췌장염의 예를 보자.
K씨는 45세로 정력적인 사업가다. 언제나 식욕이 좋고 사교적이어서 술도 상당히 즐긴다.
작년8월 K씨는 친구의 생일잔치에서 요리와 국밥, 청주 3읍을 점심으로 들고 회사에 돌아온지 1시간후에 심한 복통과 구토를 일으켰다.
곧 인근의원에서 진통제 주사를 2대나 맞았으나 진정되지 않고 복부에 「가스」까지 차 배가 부풀어올랐다.
이로 인해 위「튜브」로 1주일간 위액과「가스」를 뽑아내고 매일 3 의「렝게르」주사를 10일간 맞고서야 겨우 회복되었다. 그러나 그후 당뇨병 증세가 나타나 아직도 「인슐린」주사를 맞고있다.
인체는 생리적으로 「리듬」을 갖고있다. 소화기관도 일정한 간격으로 적당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흡수를 잘 해낸다.
그러나 K씨의 경우와 같이 갑자기 포식·폭음을 하게되면「페이스」를 잃게되어 급성소화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특히 허기진 상태에서 많이 먹게 되면 췌장염을 일으킬 가능성 높아진다.
췌장은 위 뒤에 있는 손바닥만한 기관으로 평소「아밀라제」「트립신」등의 소화효소와「인슐린」과 같은「호르몬」을 분비하는 유용한 기관이다.
그러나 과식·과음의 경우 췌장은 갑자기 염증을 일으키는 수가 있다. 췌장염은 남자에서는 음주와, 여자에서는 담석증과 관련이 많다. 술은 십이지장의 수축과 부종을 일으키는 악역을 하며 담석은 담관과 췌장관이 합류되는 부위를 막아 췌장염을 유발하게된다.
이렇게 해서 생긴 췌장염은 치료하면 대개 2주일 안에 치유되어 후유증이 없으나 심한 경우에는 내출혈로 「쇼크」를 일으키기도 하고 화농을 일으켜 열이 수 주일씩 계속되기도 한다.
또 췌장염은 복통과 더불어 「가스」가 배출되지 않아 복부가 팽창되며 몹시 답답해하는데 드물게는 황달이 심해지거나 화농으로 고열이 계속되는 수가 있어 개복수술을 받게된다.
때로는 췌장이 부어 주먹만한 멍울이 상복에 느껴져 췌장암을 의심하게 되는데 너무 겁을 낼 필요는 없다.
급성췌장염을 반복해 앓게되면 만성췌장염이 되어 과식·과음 없이도 복통이 자주 나타나 진통제를 자주 맞게되며 이로 인해 마약중독에까지 이르는 수가 있다.
또 이런 경우는 췌장기능 저하로 설사가 만성화되고 체중이 줄어들며 지방의 흡수가 불가능해 설사의 양이 많아진다.
치료는 원칙적으로 금식하면서 위「튜브」로 위액과 「가스」를 배출하는데 이때는 「링게르」주사로 체액과 영향을 공급한다.
갑자기 생활방식이 바뀌는 휴가중이라도 과음·과식 등 생활의「리듬」과「페이스」를 깨는 일을 피해 췌장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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