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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입 정책의 아이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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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

지난 6월 말 2014학년도 신입생의 출신 고교 유형별 현황이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공개됐다. 각 대학이 일반고·자율고(자율형사립·공립고)·특목고(외고·과학고 등) 출신을 얼마나 뽑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다. 결과는 놀라웠다. 일반고를 나온 신입생 비율이 서울대(46.7%)·성균관대(49.5%)·연세대(49.9%)에선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고려대도 일반고 출신 비중이 절반 언저리였다. 반면 자율고 출신은 약진했다. 서울대(20.3%)·서강대(18.2%)·연세대(16%)·고려대(15.7%)·성균관대(15.7%) 등에 많았다. 지난해 고교 재학생 비율이 일반고 71.6%, 자율고 7.9%, 특목고 3.5%인 것과 달리 상위권 대학에 일반고생이 들어가는 문호는 좁아지고 있다.

 이 무렵 교육부는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바람직한 대입 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을 지원하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경희대·중앙대·한양대가 최우수대학으로 뽑혀 30억원씩 배정받았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 전형 확대, 논술 전형 축소 등이 호평 이유였다. 서울대가 20억원을 따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비 일반고 출신 신입생의 감소 비율은 서울대(-6.0%)·경희대(-5.5%)·한양대(-2.8%) 순으로 컸다. 이화여대·성균관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도 금액에 차이가 날 뿐 이 사업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일반고 출신을 적게 뽑는 대학들에 대해 정부가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며 예산을 주는 아이러니가 빚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대책 없이 대입 간소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 당국은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고 끼와 소질을 중시하겠다며 대입에서 ‘외부 스펙’ 대신 학생부를 주로 보는 전형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들은 일반고생이 유리한 내신(학생부 교과) 반영 전형은 묶는 반면 학내 활동을 서류 평가하는 학생부종합 전형을 확대하고 있다. 자사고나 특목고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춰 일반고에 비해 이런 전형 대비에 유리하다.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형이 자사고·특목고생을 뽑는 통로 역할도 하는 셈이다.

 교육 당국은 일반고가 새 대입 흐름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부터 찾아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같은 잣대라면 모르지만 수험생이 애를 써도 입학한 고교의 여건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대입제도라면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대입 간소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보완을 주문하는 것도 빠른 방법이다. 일반고에 불리하라고 공약했을 리 없을 텐데, 현실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는 보고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성탁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