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심은 지역주의의 종식을 요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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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남 순천-곡성의 유권자들이 7·30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선택한 것은 한국 정치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의 하나인 지역주의에 균열을 낸 대사건이다. 그의 당선은 새누리당이 전신인 민자당 시절까지 포함해 호남에서 18년 만에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를 냈다는 의미를 넘어 앞으로 한국 정치의 흐름을 바꿔놓을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유권자들이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거부하기 시작한 조짐은 이미 지난 6·4 지방선거 때부터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49.3%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게 불과 1.4%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비록 패배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김 후보가 기호 2번을 달고 나온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득표율 40%를 넘겼다. 한결같이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가 발 붙일 틈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에 드러난 민심은 지역주의의 종식을 원한다. 유권자들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 지금까지 지역주의에 의존하거나 이를 조장해온 일부 정치인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제 여야 할 것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호남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호남 인재를 두루 모으고 지역 민심에 귀를 기울이면서 현지 주민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취약지역이던 영남에 대한 보다 과감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오거돈·김부겸 후보가 보여준 가능성의 불씨를 살릴 세밀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지 주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뼈를 깎는 자기혁신으로 지역주의를 넘어서려는 과감한 노력을 해야 비로소 정책·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주의를 종식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 비전을 주는 정치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허물고 화합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