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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한대수 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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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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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의 하나님

저희 삶이 이토록 불완전함을 두고 보시렵니까?

 천국의 완전한 행복을 알려면

 영혼은 반드시 고통부터 경험해야 합니다.

 법은 가혹하지만

 복종은 약한 인간들이 영원한 평화로 가는

 단 하나의 길입니다.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 ‘수용소군도’ 중에서

나의 군대생활은 생지옥이었다. 뉴욕에서 귀국한 지 2년이 채 안 된 1971년, 나는 고국 데뷔 리사이틀의 대성공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신인 작곡가 겸 가수였다. 그런데 군대를 가게 됐으니 내 청춘의 꽃은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하고 진 것이다. 진해 해군 신병훈련소에서의 12주는 가혹했다. 무조건 복종해서 ‘살인 기계’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나의 정신력과 자아는 완전히 무너졌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서 사랑과 평화, 여인과 록 음악에 빠져 살던 한국 최초의 히피(Hippy)가 어떻게 살인 기계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 지옥의 계절에 나를 버티게 한 건 한 편의 시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대작 『수용소군도』의 한 구절. 인간을 이토록 가혹한 현실로 내몰 수 있느냐고, 이 불합리를 보고만 있느냐고 하나님에게 읍소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고통과 복종만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체념하는 솔제니친의 시구가 잔인하고 비논리적인 병영의 나날을 견디게 했다. 약혼자가 표지를 뜯고 넣어준 이 영어책을 읽으며 수백 수천 번 탈영의 욕망을 눌렀다. 솔제니친은 11년을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나도 3년3개월을 견딜 수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빨리 찾아와 우리 청년들도 다른 선진 국가 젊은이들과 같이 꿈을 펼치고 혁신적인 자기 미래를 건설하길 바란다. 여러분, 평화 그리고 사랑. 한대수 가수·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