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춤추며 걸그룹 따라잡기 … 활기차게 사는 비결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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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다이어트를 위해 방송댄스를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부들이 방송댄스 강습소에서 안무 동작을 배우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운동을 하더라도 다이어트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운동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사람은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와 다이어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운동이 있다. K팝 열풍을 타고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방송댄스다. 다이어트 효과를 넘어 생활의 활력소로 자리 잡은 춤. 방송댄스로 건강을 찾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주부들을 만났다.

최신 인기가요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무까지 배워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찾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천안시 두정동에 있는 한 댄스학원. 30~40대 주부들이 모여 걸그룹이나 아이돌처럼 춤추고 있다.

 서유미(35·주부)씨는 “운동하면서 이렇게 즐거운 건 처음이에요. 한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춤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아이들과 대화도 늘어”

음악이 흘러나오자 저마다 절도 있는 안무를 선보인다. 얼핏 봐서는 주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춤 실력 또한 수준급이다. 젊은층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최신가요를 들으며 가수들의 안무를 익히고 온몸으로 음악을 느낀다. 곡을 선정한 뒤 2주일 동안 안무를 배운 뒤 반복 연습해 자신만의 춤을 완성한다.

이다현(37·주부)씨는 “나이가 들면 최신가요를 잘 몰라요. 아들 녀석이 아이돌과 걸그룹의 어느 노래를 아느냐고 물을 때 모르면 엄마를 살짝 무시하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그런데 방송댄스를 접하고 나서는 춤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전보다 대화도 훨씬 많아졌어요. 그야말로 젊어진 느낌이랄까? 제가 또 언제 이런 춤을 추겠어요.”

 아이들과 엄마 모두 즐거워하며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 사실 별로 없다. 초등생 자녀를 둔 이씨는 아이와 함께 방송댄스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서로의 안무를 선보이며 같이 음악에 맞춰 춤추기도 한다. 서로 상대방 동작에 대해 조언해 주고 춤추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면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고 한다.

방송댄스 인기는 남녀노소가 없다. 이곳에서 방송댄스를 배우고 있는 주부 10여 명 속에 청일점이 눈에 띄었다. 다소 뻣뻣한 몸짓과 거친 손동작이지만 표정에는 열정이 배어 있다. 김홍기(31)씨는 “한때 헬스장에서 운동한 적이 있었어요. 근력운동을 비롯해 러닝머신 달리기, 자전거 타기를 하는데 혼자 하니 지루하고 재미없었어요. 그런데 방송댄스는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이 하니 심심하지 않고 웃고 떠들면서 신나게 운동할 수 있어 좋았어요”라며 즐거워했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운동

방송댄스를 배운 지 5개월 정도 됐다는 김씨는 비록 유일한 남자지만 이제는 함께 운동하는 주부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정도로 가까워졌다. 운동을 여럿이 함께 하면 엔돌핀이 2배 더 나와 운동에 따른 고통을 절반밖에 느끼기 않는다는 한 조사 결과도 있다.

처음 춤을 접하는 사람은 안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 기본기를 익히는 데 몇 개월이 걸린다. 반면에 방송댄스는 노래에 맞는 동작을 외워 춤추기 때문에 따분하지 않아 초보자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운동이라는 틀 안에 갇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것이다.

홍민정(40·주부)씨는 “방송댄스와 여러 운동을 병행해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운동하고 있어요. 체중은 운동 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체지방은 확 줄어 몸의 라인이 살아요”라며 자랑했다. 그는 “단순히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보다 체중 감량과 몸의 라인을 잡아주는 데 방송댄스가 더 효과적”이라며 “무엇보다 즐겁게 운동하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건강해졌다”는 그는 방송댄스 예찬론자가 됐다.

 방송댄스 강사 장선정(40)씨는 “대다수 주부는 처음 춤을 배울 때 자신 없어 해요. 어려운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 데다 젊은층이 즐기는 춤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죠. 하지만 이곳에선 강사도, 배우는 사람도 모두 주부이다 보니 스스럼없이 서로 어울려 신나게 운동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난희 객원기자 <01163376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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