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교육 품질, 연구 성과 '정부 인증' 받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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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업적 등이 우수한 대학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4개 주요 재정사업의 선정 결과가 모두 발표됐다.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 대학특성화(CK) 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사업 등이다. 이들 사업을 통해 올 한 해 교육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만 총 6325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향후 대학평가와 대학 구조조정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정 결과의 의미는 매우 크다. 아울러 학교가 가진 교육과 연구 등 콘텐트가 정부로부터 우수하다는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대학입시를 준비 중인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의 중요한 정보로 쓰일 전망이다.

윤석만 기자

대학 평가·구조조정 바로미터

등록금 재원이 줄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대학들의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정사업은 정부로부터 학교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인증한 우수 대학이라는 타이틀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4개 재정사업을 통해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우수한 연구성과를 이뤄내며 지역 기업들과 산학 협력을 통해 부단히 발전해 나가고 있다.

대학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키우는 CK사업은 총 108개 대학에 올 한 해 동안 2577억원을 지원한다. 지역사회의 산업 수요와 특성을 고려해 각 대학이 갖고 있는 강점을 중심으로 대학 특성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5년 동안 1조2000억원 이상 지원되는 대형 사업이다. ACE 사업은 연구분야에만 치중했던 기존의 재정사업을 교육 분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수한 학부교육의 롤 모델을 만들어 전국에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14개 학교가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새로 선정됐고, 학교당 연평균 21억원씩 4년간 지원된다. 사교육 절감 등 모범적인 입시제도 개선 노력을 보인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은 65곳이 선정됐다. 학교별로 최대 30억원씩 1년간 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우수한 산학 협력 모델을 발굴해 육성하는 LINC 사업엔 올해 86개 대학이 선정됐고, 1년간 2583억원이 지원된다.

올해 재정사업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성균관대다. 성균관대는 4개 사업에 모두 선정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LINC 사업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고, ACE 사업에서는 단 두 곳뿐인 수도권 대규모 대학 부문에 선정됐다. CK 사업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 중 가장 많은 예산(40억원)을 따냈다. 고교교육 정상화 부문에서도 14억원을 배정받아 정부가 실시하는 주요 재정사업의 모든 혜택을 얻었다. 성균관대와 함께 가톨릭대와 조선대, 충남대 등이 4개 재정사업에 모두 선정됐다.

CK 사업에서만 각각 70억원을 따낸 영남대와 전북대는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았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이들 대학은 특성화의 모범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영남대는 의약과 정밀화학을 결합한 융합 콘텐트 사업과 다문화 시대를 맞아 한국어문학 인재를 육성하는 사업 등 8개 사업단이 선정됐다. 전북대는 신한류 창의인재 양성사업과 차세대 에너지 융합 사업 등 6개 부문이 재정사업 대상으로 꼽혔다.

대구한의대는 단 2개의 사업단으로 31억원의 예산을 따냈다. 한·양방을 융합한 스포츠의학 전문 트레이너를 양성하는 사업과 행복한 노화를 위한 한방 전문가 육성 사업이다. 삼육대도 건강과학 특성화 사업단 하나로 17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40억원을 지원받는 국민대도 자동차·소프트에웨어·디자인 융합 등 6개 사업이 선정됐다.

잘 가르치는 대학 14곳 처음 뽑아

단국대와 동국대는 CK 사업과 LINC 사업,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 등에 골고루 선정됐다. 단국대(천안)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은 LINC 사업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이공계 등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 기업들과 협력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올 초 단국대는 산학 협력을 통해 수박에 함유된 노화 억제 성분(라이코펜)이 들어 있는 요구르트를 개발했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전국 420여 개 고교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수험생들을 배려한 입시정책을 펼친 동국대는 13억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ACE 사업에선 인성교육을 특화한 가톨릭대가 주목을 받았다. 2012년부터 인성교육을 전담하는 ‘ELP(Ethical Leader Path)’ 과정을 운영해 온 가톨릭대에선 학생들이 졸업 때까지 인간학·사회윤리·사회봉사 등 2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의대 학생들에겐 12주간의 인성교육이 의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배우는 ‘인간의 길’, 사회적 소통능력을 기르는 ‘리더십 프로그램’ 등이다.

경희대는 논술 전형을 제외한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는 등 공교육 정상화에 앞장선 공로로 30억원을 지원받았다. 지역인재 전형 정원을 50명에서 360명으로 늘리고 대입 전형 마련 때 교사자문단이 기획에 참여해 고교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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