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과 어깨동무, 판 키우는 가전·I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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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달 뉴욕에서 프리미엄 주방기기로 구성된 ‘셰프컬렉션’을 출시했다.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의 유명 요리장과 협업한 셰프컬렉션은 지난 3월 출시 이래 국내에서만 5000대 이상 팔렸다. 오른쪽 사진은 LG전자가 오디오 브랜드 하만카돈과 공동개발한 프리미엄 블루투스 헤드셋. [사진 LG전자, 중앙포토]

가전·IT(정보기술) 업계에 명품·명가와의 협업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명품 마케팅’이다.

 LG전자는 미국의 오디오 명품인 하만카돈과 공동 개발한 블루투스 헤드셋 ‘LG 톤 플러스’를 오는 18일부터 국내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하만카돈은 벤츠·BMW 등에 음향 시스템을 공급하는 브랜드다. 출시하는 제품은 메탈 느낌에 목에 두르는 디자인인데, 배터리는 550시간 동안 지속되며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부문 허재철 상무는 “하만카돈과의 협업으로 품격높은 사운드를 제공하면서도 웨어러블(몸에 걸치는)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전자는 특히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 중심으로 명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디자이너인 홀리펄튼과 손잡고 선보인 한정판 ‘홀리펄튼 디자인 세탁기’와 미국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네이트 버커스와 함께한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인 ‘LG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특히 LG스튜디오는 가격이 2만 달러(약 2000만원)로 고가지만, 올 상반기까지 북미지역에 200개의 매장이 진입하는 등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제품에 명품 이미지를 덧붙여 소량 한정판을 생산하면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져 여타 제품도 덩달아 잘 나가는 ‘낙수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2분기에도 이런 효과가 기대된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생활가전 부문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고부가 측면으로 전환되면서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9.6%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명품·스타 마케팅을 통해 “생활가전사업부에서 2015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디자인이나 생산단계에서 직접적으로 해외 명품 브랜와 협업을 하기보다는, 제품은 자체생산하고 홍보나 관련 이벤트만 공동작업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간판 프로젝트는 지난 3월 출시한 ‘셰프 컬렉션’이다.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주방 가전라인으로,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셰프(요리장)인 미셸 트로와그로가 참가해 화제가 됐다. 세프 컬렉션은 589만~739만원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6월까지 국내에서만 5000대 이상 팔리며 기업의 냉장고 판매를 1.5배 이상 끌어올렸다. 해외진출도 순조롭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사장단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아프리카에도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있어서 세프컬렉션 반응이 좋았다”고 흡족함을 표시했다.

 서울대 송재용 교수(경영학)는 “삼성이나 LG에게 프리미엄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며, 세계적 기업의 이미지를 굳히는데에도 전략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당분간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코웍(co-work)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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