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돌보려 육아휴직 … 치맥 대신 헬스 선택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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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식씨가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의 지도에 따라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로 운동을 하고 있다. 채원상 기자

얼마 전 중년 남성에게 ‘몸짱’ 열풍이 불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젊음을 좀 더 유지하기 위해 몸 만들기에 신경 쓰는 중년 남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중년 남성에게 ‘통풍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기사가 떴다. 운동을 하느냐, 치맥을 먹느냐에 따라 중년 남성의 건강과 삶은 달라진다. 치맥 대신 운동을 택한 임형식(42)씨가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의 세 번째 주인공이다.

윤현주 객원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몸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임씨를 만나 처음 건넨 말이다. 그간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40대에 임씨처럼 좋은 몸을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20대 청년 중에서도 임씨같이 건강한 신체를 지닌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저도 본격적으로 운동한 지는 얼마 안 돼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 할수록 ‘아, 정말 좋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운동을 시작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요.”

피로·스트레스 탓에 체중 급감

임씨는 맞벌이 부부다. 그래서 지금껏 일곱 살, 네 살인 두 아들을 할머니 손에 맡겼다. 그런데 집안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아이들을 할머니께 맡길 수 없게 됐다. 부부에게는 결단이 필요했다.

“저와 아내 중 한 사람은 육아휴직을 해야 했어요. 물론 일반적인 경우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게 맞죠. 그런데 저희 집은 제가 육아휴직을 했어요. 아이를 제 손으로 키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건강도 좀 챙겨야 했거든요.”

2001년 삼성에 입사한 임씨는 육아휴직을 한 지난 2월까지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책임이 많아지다 보니 쉴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임씨는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취미가 운동인데 일이 바쁘니까 운동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일에 치이다 보니 운동도 재미없고요. 스트레스가 많으니 깊은 잠도 못 자고 그러면서 또 일주일에 몇 번씩 술을 마시니 살이 많이 빠졌어요.”

키 1m73㎝의 임씨는 학창 시절엔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근육량이 많았다. 이에 따라 몸무게가 70㎏으로 키에 비해 많은 편이었지만 균형 잡힌 건강한 몸매를 유지했다. 회사원 때도 체중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64㎏까지 빠졌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으냐고 물었다. 그래서 결국 임씨는 부인과 상의 끝에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아이들과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탄수화물·단백질 위주 식단

육아휴직 후 임씨는 운동부터 했다. 건강을 되찾아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더구나 한창 몸으로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남자 아이가 둘이 아닌가.

“헬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이제 넉 달쯤 됐어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매일 두 시간 운동을 하면서 몸이 변하는 것도 보이고, 건강해지는 게 느껴지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일반적으로 헬스는 재미없는 운동이라 생각하지만 임씨는 제대로 한다면 헬스만큼 재미있는 운동은 없다고 말했다. 몸이 달라지는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볼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임씨는 현재 80㎏의 몸을 유지하고 있다.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면서 건강미 넘치는 몸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식이요법을 함께 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데다 맵고 짠 음식을 주로 먹었는데, 운동을 하면서는 식단을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로 바꿨다. 고구마, 싱싱한 채소·과일, 닭가슴살 등을 먹는다. 아이들도 간식으로 함께 먹기 때문에 임씨에겐 일석이조다.

보디빌딩 자격증 취득 준비

임씨가 운동을 통해 건강과 활력을 되찾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아내라고 한다. 그런데 임씨는 그런 아내를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내가 늘 퇴근이 늦어요.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지쳐 자기 바쁘죠.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요. 혹시라도 건강을 잃게 될까 걱정도 되고요.”

그래서 임씨는 아내의 전담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생활체육지도사 보디빌딩 3급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이다. 지난달 실기시험에 합격한 뒤 8월에 치를 필기시험을 대비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내의 건강 하나만큼은 제가 꼭 지켜주고 싶어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는 말이 뭔지 제가 경험해 봤으니까요.”

더불어 임씨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운동을 꼭 권하고 싶다고 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운동을 하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면 결국에는 건강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잃고 나서 되찾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쉽다는 임씨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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