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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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74년 원나라 「쿠빌라이」 황제의 일본침공은 태풍때문에 실패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태풍을 「가미까제」라고 부른다.
7일 실시된 일본의 총선거에서 만년여당 자민당은 예상외로 부진,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가 됐다.
일부 「매스컴」과 야당 쪽에서는 야당세 유지를 이날 일본에 휘몰아친 비바람 덕택이라고 풀이하기까지 했다.
투표당일 태풍의 영향으로 하루종일 쏟아진 폭우가 야당에는 실로 「가미까제」였다는 풀이다.
폭우 때문인지 투표율은 사상 두 번째로 낮았고 그래서 자민당후보 중 차점낙선자가 전국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중산층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는 최근의 일본정치 분위기는 확실히 보수화 경향이다.
이번 투표에서도 공산당은 비록 의석수는 배 이상 늘었지만 정당지지율(10.4%)은 지난번 선거 때와 다름없었으며 자민당의 득표율은 오히려 41.8%에서 44.7%로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날씨만 좋았다면, 그래서 중산층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39%의 유권자들이 기권만 안 했다면 근소한 차로 차점 낙선된 많은 자민당후보자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푸념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일본의 보수화경향은 날씨에 좌우되는 가냘픈 세력인지도 모르겠다.
일본「매스컴」들은 작년 말의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한결같이 「후꾸다」전 수상의 재선을 점쳤었지만 결과는 「오오히라」수상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선거전날까지 「아사히」「요미우리」NHK 등 유력 「매스컴」들은 그들이 자랑하는 최신 정보망 등을 총동원, 자민당의 압승을 공공연히 예언했다.
결국 일본의 「매스컴」은 정계에 만연된 지난 몇 년간의 부패와 「스캔들」의 깊이와 파장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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