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집 10곳 중 2곳 '세균 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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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A어린이집에선 한글수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김두대 주무관 등 실내환경팀 3명이 교실로 들어와 실내공기질을 측정했다.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라 매년 전체 어린이집의 20%를 대상으로 하는 오염도 조사다. 이들은 굵은 원통 모양의 장비를 통해 150ℓ의 공기를 포집, 공기 중의 세균수를 측정했다. 김 주무관은 “예전엔 검사 후 기준치를 넘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는 게 다였는데 지난 1일부터는 오염도와 시설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하기 때문에 더욱 엄격히 한다”고 말했다.

 실내환경팀이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133곳의 어린이집 실내공기를 조사했더니 23곳(17.3%)의 오염도가 법이 정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50만~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어린이집은 공기 중의 세균 오염도를 의미하는 ‘부유세균’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동구 Y어린이집은 2325CFU/㎥(세균 개체수)로 실내공기질관리법이 정한 기준치(800CFU/㎥ 이하)보다 3배 가량 높았다. 금천구 I어린이집(2317CFU/㎥), 양천구 S어린이집(1909CFU/㎥), 강서구 L어린이집(1745CFU/㎥)도 높게 나타났다. 신진호 실내환경팀장은 “어린이집을 가면 아이들이 맨발로 화장실을 오가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화장실용 신발만 이용해도 유해세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린이집은 안전 문제로 환기통로가 작다”며 "최고의 공기질 개선 방안은 환기”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외에 산후조리원 2곳, 학원 4곳, 백화점 등 3곳, 박물관 1곳, 전시 시설 1곳도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같은 결과를 지난 1일부터 온라인에 전면 공개했다. 결과는 서울시가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http://cleanindoor.seoul.go.kr)에 접속해 상단 메뉴에서 ‘자료실’을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실내공기 오염도를 시설 이름과 함께 공개한 건 처음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환경부장관과 지자체장이 오염 시설과 오염 물질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공개를 결정했다.

 서울시 최영우 기후대기과장은 “서울시민 삶의 80%가 집과 지하철(버스), 사무실 등 실내에서 이뤄진다”며 “대기는 일정 공간의 오염도가 거의 같지만 실내는 시설마다 모두 달라서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내공기질 조사 결과, 어린이집은 세균이 많은 반면, 새 물건이 많은 대형점포는 포름알데히드(HCHO), 사람이 밀집한 학원·지하철은 이산화탄소(CO2)와 미세먼지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암석·토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지하 공간은 라돈(방사성 물질)의 위험도가 높다. 신 팀장은 “최근 많이 들어서고 있는 대형 아케이드와 쇼핑몰에 자주 측정을 나가는데,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가 많이 나온다”며 “보일러를 가동해 실내 공기의 온도를 높여 유해물질의 배출을 돕는 ‘베이크아웃(bake-out)’을 자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식·안효성 기자

◆총부유세균=먼지나 수증기에 붙어 공기 중을 떠다니는 세균의 수. 실내 공기를 부유세균 측정기로 흡입한 후 걸러진 세균을 배양해 측정한다. 세균이 관리기준 이상으로 검출될 경우 알레르기 질환,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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