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 창고극장 소극장운동의 새 전기마련 연중무휴의 공연으로 활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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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일로 창고국장은 명동성모병원 뒤쪽 주택가에 자리한 총면적 40평의 자그마한 극장. 밖에서 보면 「삼일로창고장」이라 쓰인 목간판 하나와 드문드문 붙어 있는 연극「포스터」가 전부인 이 보잘것없는 극장이 3년이 넘도록 연중무휴공연으로 우리나라 소극장운동의 뿌리를 내리게 한 당당한 주역이 되어왔다.
이 극장이 개관한 것은 76년4월22일. 원래는 극단 「에저또」전용극장이었던 것이 운영난으로 문닫게되자 정신신경과 의사인 전석진 박사가 사들여 중학선배이자 극계원로인 이원경씨에게 운영을 맡김으로써 비롯되었다.
창고극장의 개관은 45년이래 한국연극의 요람이었던 명동예슬국장이 문을 닫고 극단 「자유국장」전용국장이었던 「카페·테아트르」까지 없어진 직후(75년 겨울)여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극장대표 이원경씨는 회고한다.
그 후 지금까지 이 국장에서 막이 오른 연극은 현재 공연중인 추송웅「모노드라마」 『우리들의 광대』까지 합쳐 모두 94편.
극장개관과 함께 간단한 극단 「창고극장」의 자체공연이 24편, 대관공연이 34편, 「판소리」공연이 3편, 그리고 창고극장이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PD「시스템」에 의한 공연이 33편이다.
PD 「시스템」이란 이제까지의 폐쇄적인 인간관계로 얽힌 동인제 연극을 탈피하여 범연극인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알맞은 작가·연출가·배우·「스태프」등을 선정, 계약관계를 맺고 제작하게 되는 방법.
이 PD 「시스템」의 도입은 물론 탈「매너리즘」의 다양한 무대를 위해서였지만, 또한 마땅한 극단과 장소가 없어 연극에의 뜨거운 열정을 삭이고 있던 젊은 연극인에 대한 배려에서였다.
극작가 오태석씨, 연출가 김도동씨(극단 「뿌리」대표) . 연출가 강영걸씨등이 이 PD 「시스템」을 통해 지금의 역량을 키웠고 추송웅씨의 출세작 『빨간 「피터」의 고백』 역시 PD「시스템」으로 제작된 것 중의 하나다.
연중무휴공연, PD 「시스템」도입 외에 삼일로 창고극장이 꾸준히 시도해 오고 있는 또 하나의 업적은 창작극진작을 위한 창작극 「시리즈」의 공연이다.
76년에는 이병원작 『사당네』· 오태석작 『춘풍의 처』, 정폭근작 『여우』를 묶어서 공연했고, 77년에는 오봉영작 『연자방아간 우화』, 김벙준작 『둘이 서서 한발로』, 강추자작『고양이「주러」는 어디로 갔을까요』의 3편을「시리즈」로 무대에 올렸다.
기성보다는 신인극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선하고 열의있는 무대를 만들어 나갔고 78, 79년에도 계속 젊은이들의 실험극이 공연되었다.
종래의 소극장이 객석과 무대가 분리된「프로시니엄·스타일」의 대극장규모만 줄여놓은것에 불과했다면 삼일로 창고극장은 관객 속에 무대가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레나」식 극장이다. 지하실에 자리한 국장은 사방 벽에 모두 1백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긴 「벤치」가 몇개 놓여있고 그 가운데가 바로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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