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순화 이기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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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들은 몇 해 전부터 학교마다 교사 정면이나 담벼락 눈에 장 띄는 곳에「국어 사랑 나라 사랑」이란 표어를 걸어 놓은 것을 눈 여겨 보아왔다.
우리들은 조국을 사랑하고 상국재건을 진정 원하기에, 국민 모두가 단결하여 번영의 80년대에 발돋움하게 되었고 정신생활의 풍요도 눈앞에 두고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우리의 삶을 창조하고 형성하여 우리의 사람됨을 이룩하는「국어를 사랑」함으로써 한국민의 긍지를 살리며 아름다운 국민생활을 영위하자는 것이다.
국어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까지도 국어에 대한 어법의식이 부족한 탓으로 국어를 잘못 사용한다든가 낱말에 대한 의미의 상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한 말을 유행에 따라 오용하고 있는 예가 허다하며 몸단장이나 겉모양을 가꾸는데는 마음쓰면서도 아름다운 음성을 가꾸어 보겠다는 노력을 하는 이가 그리 많지 못한 듯하다.
인간이 의식주를 떠나서는 살수 없듯이 인간의 생활은 아침에 일어나 밤이 되어 잠들 때까지 무엇을 하든 말하지 않고서는 할 일을 다하기 어렵다. 그리고 인간생활의 지상목표가 아름다운 삶에 있을진대, 세련된 언어의 교환으로 즐거운 하루하루가 되도록 해야겠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아름다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성의를 베풀어야겠다.
첫째 언어의 외적형식인 음성을 곱고 아름답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선천적으로 곱고 부드러운 음색을 타고 난 사람은 복되기 그지없는 터이지만 비록 메마르고 탁한 음성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부단한 노력만 하면 맑고 기름진 음성의 소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음성의「볼륨」즉 음량의 조절을 적절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고급 전축이나「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맑고 고울 뿐만 아니라, 그의 음량의 조절도 자유자재한 것이다. 시골 장터의 소란이나 질 낮은 젊은이들이 모여 떠드는 시끄러움은 정신적인 공해를 끼칠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들의 교양 수준이 낮음을 스스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기계문명의 고도한 성장으로 그렇잖아도 소음과 각종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우선 우리들의 국어생활부터 정화해서 차분히 기분을 가라앉혀 아름답고 정다운 인정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언어의 내용면측 언어의 활용. 기교면이나 사용어휘 또는 전통적인 어법 및 경어법 등에 유의하면서 점잖고 순화된 우리 국어를 바르게 쓰도록 성태를 다해야하겠다.
언어의 기교는 생활을 활기차게 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할뿐만 아니라. 신뢰감을 갖게 하여 사회 활동면에 크게 유익을 끼치는 것이며 정확하고 세련된 말씨는 한결 그 사람됨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니. 「새국어 운동」으로 도약하고있는 조국에 빛을 더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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