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모조리 수장" 위협하며 …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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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당시 응원단의 일원으로 방문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이설주. [뉴스1]

북한이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7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북)는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키로 했다”며 “냉각된 북남관계를 민족적 화해의 열기로 녹이고 전체 조선민족의 통일 의지를 내외에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날 제안은 ‘공화국 성명’(정부 성명) 형식을 취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상호비방 중지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연습을 중단하라는 국방위 특별 제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진정성이 없다”며 거절하자 제안의 격을 한 단계 높이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큰 응원단 파견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조직위 등과 협의해 국제 관례에 따라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응원단 파견과 관련한 남북 실무접촉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에 북한 응원단을 파견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어 화해와 교류 무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국방위 특별 제안 직전인 지난달 26일과 29일 사거리 190㎞와 500㎞의 로켓과 미사일을 각각 발사했다. 지난 4일에도 원산 일대에서 방사포(다연장포)를 동원한 대규모 상륙훈련을 실시했다. 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원수(한국군)들을 해상에서 모조리 수장해버리라”는 지시를 했다. 북한은 최근 휴전선을 넘어 귀순자 안내 시설을 훼손하는 등 침투훈련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올 초 남북화해협력을 주장한 직후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이번에는 엇갈린 행동으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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