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물 표절 고질병 … 드라마 볼 맛 안 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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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왼쪽부터 미국 영상예술가 첼리아 로슨-홀의 ‘올리브 주스’의 한 장면과 이를 베낀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티저 광고. 미국 영화 ‘클로저’와 이를 표절한 의혹을 받는 KBS 드라마 ‘빅맨’ 포스터.

TV 드라마 판이 홍보물 표절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방송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티저 광고(teaser advertising:불완전한 정보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광고)가 외국 영상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4~25일 전파를 탄 이 드라마의 티저 광고는 공개 직후 미국의 영상예술가 첼리아 로슨-홀의 작품 ‘올리브 주스(olive juice)’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일었다.

  남자가 들고 있는 빨간색 대형 하트 모양 판을 여성이 칼로 찌르자 피 같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장면 등에서 인물의 표현과 동작, 카메라 구도 등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제작사인 지티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6일 “다른 영상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 영상을 삭제하고 다시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다.

 그간 드라마 관련 이런 저런 표절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올 4~6월 방영된 KBS 드라마 ‘골든 크로스’는 오프닝이 미국 HBO가 올 1~3월 방송한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True Detective)’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영상은 인물의 실루엣 속에 도시의 모습을 덧입힌 이미지가 무척 흡사하다.

 포스터를 베꼈다는 의혹도 잇따랐다. 지난달 종영한 KBS 드라마 ‘빅맨’은 포스터의 인물 배치가 미국 드라마인 ‘하우스(House)’와 영화 ‘클로저(Closer)’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2008년 방송된 SBS 드라마 ‘타짜’ 포스터는 2007년 제작된 미국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s)’와 비슷하다.

 현재 드라마의 티저 광고나 오프닝·포스터를 제작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드라마 제작사에서 CG업체 등에 외주를 주거나 방송사·제작사의 조연출이 직접 만드는 방식이다. 공중파 한 PD는 “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엄격하지 않아서 안이한 생각으로 만들다 보니 표절 논란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김찬동 법제연구팀장은 “드라마 홍보물도 손해 배상 청구 대상이 되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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