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고교「폭력 교실」 대구선 검찰까지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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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원폭력이 검찰이 손을 대야할 만큼 심각해졌다.
학원폭력 사건에 검찰권이 발동된 곳은 대구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고교생들의 폭력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대구 지검 형사2부는 지난 입일 주모자급 12명을 구속하고 10명을 입건. 6명을 수배했지만 수사대상에 오른 학생불량「서클」만도 13개 남녀고교에 17개파 2백87명에 이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6월 이후 대구에서 발생한 학원폭력 사건만도 지난12일 S고교에서 있은 3학년 동급생 살인사건 등 23건으로 2명이 목숨을 잃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올 들어 6월말까지 1백37명의 학생이 학교에서 이미 퇴학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폭력양상은 단순한 주먹다짐이 아니다. 칼이나 철봉·쇠줄·각목 등 흉기를 닥치는 대로 휘둘러 대기가 예사다.
학생불량 「서클」의 명칭도 기성세대의 폭력조직을 뺨칠 정도다. ▲「불새」파 (D고교)▲「목발」파 (C고교) ▲「광풍」파(K고교) ▲ 「길」파 (K고교) ▲「대로」파(D고교) ▲ 「7공주」파 (K여고) ▲「보이·헌팅」파(S여상) 등 한결같이 잔학성을 띠거나 냉소적이다.
「목발」파는 대구의 중심지대인 동성로 동아백화점· 가야백화점 주변· 수성동 방천 시장이 그들의「관할」이다.
이들은 지난l2일 하오9시쯤 두목 박모군(17) 등 7명이 방천 시장에서 술을 마시고 길 가던이모양(17·S여고3년)등 3명의 여고생을 근처 회성 다리 밑으로 끌고 가 책가방을 뺏고 못된 짓을 하려다 행인에게 들키자 「재크나이프」를 닥치는 대로 휘둘렀다. 이 통에 행인들이 혼비백산, 도망치고 이양은 칼에 찔려 2주의상처를 입었다.
수사결과 이들은 6월 한달 동안에만 같은 또래 학생들로부터 2O여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로」파는 대구 역 부근을 무대로 열차 통학생들을 위협, 금품을 뺏고 주먹을 휘둘러 왔다.
삼덕동 사설학원 주변을 장악하고 있다는 「광풍」파의 최모군(16)은 고교1학년 때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이 조직에 끌려 들어갔다. 최 군은 두목인 3학년 김모 군(18)에게 매일 1천 원씩 상납해야 하면서도 「서클」에서 이탈하면 죽인다』 는 위협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여학생들마저 「7공주」파· 「보이·헌팅」파 등 불량「서클」회 조직, 면도날을·목걸이로 차고 다니며 선량한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뺏고 얼굴을 그어 상처를 냈다.
일부 여학생들은 불량남학생들과 어울려 더욱 빗나가게 됐다고 관계수사관은 말하고 있다.
「보이·헌텅」파였던 현모 양(20)은. 3년 전 S여상에서 퇴학당하고 지금은「호스티스」생활을 하고있지만 아직도 문제의 후배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건전치 못한 기성세대들 사이에 이른바 「영계」로 불리는 이들 문제 여학생들은 이미 타락한 선배들에게 끌려 유흥가로까지 진출, 사복과 가발차림으로 30∼40대 중년남자들을 「헌팅」, 때로는 2만원까지의「팀」을 받았다.
이모 양 (18· 지난6월 퇴학)은 같은 「서클」의 임모 양(18)과 함께 맥주「홀」에서 손님을 유혹하다가 들통이 났다.
기성시민들은 『광복 후 혼란할 때에 난무하던 학원폭력도 한결같이 신탁 통치를 반대하고 반공운동으로 일관,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며 무분별한 이들 학생들의 폭력을 개탄하고 있다.
또 지난날엔 불량「서클」의 학생일지라도 학칙과 법규를 무서워했고 스승이나 학부모에 순종하며 예의를 갖출 줄 알았으나 이들로부터는 이마저 찾아볼 수 없게됐다고 교육관계자들은 걱정했다. 【대구=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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