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물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구한말시대에 외국에 나가는 외교관의 봉급은 나라에 따라 크게 달랐다.
가령 일본주부공사는 4백16원을 받았다. 청국도 이와 같았지만 미·영·독 등은 7백원이나 받았다. 한편 절국과「프랑스」는 이보다 살짝 낮았다. 관계에 따라 봉급이 다른 것은 물론이었다.
미·영·독주재공사의 봉급이 일본보다 근 곱절이나 많은 것은 그만큼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본국에 남아있는 공사급과 맞먹는 삼찬관의 봉급은 1백60원에서 2백원 사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서울의 생활비는 그때부터 엄청나게 쌌다고 할만하다.
그러나 지난 3월에 「유엔」에서 조사한 생활비지수에 따르면 물가가 비싸다는 「뉴욕」 보다도 동경이 2배 가까이나 높았고 「본」도 근 50%나 더 높다.
우리나라도 별로 뒤지지 않는다 .우선 쇠고기 값도「로스앤젤래스」보다 비싸고 「브뤼셀」「런던」과도 맞먹는다.
집 값도 「로스앤젤래스」보다 비싸고 「파리」「브뤼셀」과는 비슷하게 나타나 있다.
더우기 미국에서는 내 집 마련이란 서울시민이 꿈꾸기도 어려울 만큼 쉽다.
곧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집 값의 10내지 20%만 마련하면 입주할 수 있다.
나머지 돈온 보통 25년 할부로 연방주택청에서 융자보증까지 해준다. 이자도 연10%미만밖에 안 된다.
「아더·밀러」는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한평생을 두고 집 값을 물어나가다 죽은 비극을 그렸다. 그러나 「마이·홈」취득원조법의 혜택을 받고있는 오늘의 미국 서민들은 그것을 아득한 옛날의 부세로 돌리고 있다.
서울보다 곱절이나 집 값이 비싼 게 「프랑크푸르트」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내집 마련은 조금도 어렵지 않다.
서독에는 주택저축은행이 있다.
그 문턱은 매우 낮다. 누구나 손쉽게 내집 마련 자금을 빼낼 수 있다. 2층을 세준다거나 아이가 3명 있다거나 하면 나라에서 무이자로 장기융자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집을 짓고 나면 감세의 혜택도 받는다.
그래도 서독인구의 60%가 세 들어 살거나 「아파트 」생활이다.
기를 쓰고 꼭 내집 마련을 해야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에 비하면 우리 나라의 승용차 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번 석유파동 때 「미시간」 대학의「라빈」심리학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를 기회로 사람들이 그 충동적 성격을 돌이켜보고 일상살림에 대해 보다 계획적인 알뜰한 국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충동적 성격」을 「사치성」으로 바꿔놓으면 그대로 우리얘기가 될 수 있겠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