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100일 열풍 … 길 건너 상가 아직 찬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붐비는 DDP DDP 개관 100일을 맞은 지난달 29일. 디자인장터 앞에 모인 관객들이 건물 외벽에 빛을 쏘아 만드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DDP]

# 지난달 29일. 개관 100일을 맞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어울림 광장.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알루미늄판 수 만 개로 만들어진 비행접시(UFO)모양의 건물 앞 광장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이라크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64)가 설계한 DDP는 하루 평균 2만8000명이 찾는 서울의 인기 관광 코스가 됐다.

 # DDP 맞은 편. 횡단보도를 건너자 굿모닝시티·APM쇼핑몰·밀리오레 등 동대문의 대표 쇼핑몰이 줄지어 서 있었다.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연계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굿모닝시티 지하 2층 매장은 썰렁했다. 절반 이상의 매장이 텅 비어 있었다. 마네킹만 덩그러니 놓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도 보였다. ‘빈 매장에 물건을 쌓아 두지 말라’는 안내문은 을씨년스러웠다.

 DDP 개관 100일을 맞아 둘러본 ‘패션 1번지’ 동대문의 모습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온탕과 냉탕으로 갈렸다. DDP는 몰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이었지만 옛 동대문 상권에선 생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물 전체가 영업을 그만둔 곳도 있었다. 밀리오레 뒤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 빌딩 주위로는 어른 키를 뛰어넘는 철제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1996년 문을 연 케레스타는 동대문 1세대 상권의 대표 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운영 업체 부도 이후 국민연금과 국민은행이 투자한 파인트라자산운용에 2011년 넘어갔다. 감정가격은 4418억 원이었지만 유찰을 거듭하면서 1257억 원까지 떨어졌다.

썰렁한 쇼핑몰 옛 동대문 상권은 DDP 개관에도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업체 부도로 2년 넘게 영업을 못하고 있는 케레스타 주위로 철제 가림막이 쳐져 있다. [박종근 기자]

 케레스타는 ‘패션 1번지’ 동대문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굿모닝시티를 비롯해 APM쇼핑몰 곳곳에선 빈 가게들이 눈에 띄였다. 온라인 쇼핑몰에 밀리고 유니클로·자라 등 해외 패스트 패션업체에 뒤쳐지며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졌다.

 자본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도 동대문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롯데 피트인 매장은 백화점 수준의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앞세우며 1세대 쇼핑몰을 위협하고 있다.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 지대식 사무국장은 “분양업자들이 지분을 쪼개 판 다음 떠나버린 기존 상가들은 관리가 어려워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손님을 끌어 모으려면 인테리어도 지속적으로 바꾸고 점포도 새로 단장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DDP는 침체된 동대문 상권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해법이었다. 공사 기간 5년에 4840억원을 투입했다. DDP를 중심으로 동대문 상권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계획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DDP를 축으로 하고 동대문 의류쇼핑센터에 납품하는 젊은 디자이너와 평화시장, 창신동 봉제기술자를 결합시켜 동대문을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100일을 맞은 현재,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아직까진 역부족인 듯 하다. 1일 방문객 목표(1만5000명)를 초과했지만 패션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동대문 상인들은 “DDP 후광 효과를 기대했지만 느껴지는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굿모닝시티에서 만난 상인 박모(37·여)씨는 “서울패션위크를 빼곤 패션과 관련된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없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최선희(42)씨는 “전시회 등 볼거리 위주로 운영되는 통에 시민들이 DDP로만 몰린다”고 하소연했다.

 DDP와 연계된 동대문 관광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인천공항 환승객을 대상으로 한 투어 버스 프로그램과 DDP 앞에서 출발하는 시티 투어 버스가 전부다.

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