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려병자의 "어머니 노릇"|성베네딕도회 정다미아나 수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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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베네딕도」회「정 다미아나」수녀(38)가 병들고 생활력 없는 사람들의 갱생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고 있다.
정 수녀가 경북달성군화원면본리동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정신병자·폐결핵환자·간질환자 등 6백36명에게 「가나안」의 등불이 되어온 지 올해로써 2년째.
대구시가 68년 바위와 돌, 세찬 바람에 흙먼지만 일던 해발3백80m의 언덕배기에 희망원을 설립, 헐벗고 굶주리며 떠돌아다니던 행려자들을 모아 이곳에 수용할 때 이들은 스스로「죽음의 언덕」이라 했다. 밥을 먹여주고 옷을 입혀주려는 당국의 보호대책이 잘못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경북대의대 간호학과를 졸업, 불우한 환자들을 위해 의료봉사활동을 펴오던 정 수녀는 지난해 봄 시립희망원 이재창 원장(55)을 통해 실의에 찬 이들의 생활상을 전해듣고 이들에게 힘이 되겠다고 자청, 사랑의 인술을 베풀게 됐다.
정상인과 다른 이들은 처음 정 수녀의 접근을 두려워하며 무조건 강제의 눈초리를 보내기 일쑤였으나 옷가지나 의약품을 구해다 옷을 새로 입혀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은 물론 세탁·목욕·이발까지 시켜주자 점차 이들의 경계심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수녀의 정성은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들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게 됐다.
용기를 얻은 정수녀는 성「베네딕도」수녀회가 운영하는 「파티마」병원과 모교인 경북대의대 부속병원의 의사·간호원들에게도 구원을 호소, 순회진료에 나섰다. 매주 월·수·목·토요일 등 4일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시립희망원을 찾아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갱생의 꿈을 키워주었다.
이들은 대소변조차 제대로 가리지 못해 완전 격리 수용돼 있는 식물인간에 가까운 사람들.
그러나 정 수녀는 이들이 수용된 방을 일일이 청소해 주고 소독과 함께 목욕까지 시켜주는 등 헌신적인 정성을 기울였다.
주전자·의자·휴지통 등 생필품은 손수 만들거나 구입해 오고 젖먹이 어린애와 다름없는 환자들에겐 밥을 떠먹여 주고 하루 2차례씩 약을 먹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 수녀는 의료봉사활동 외에도 이원장 등 관계공무원들과 함께 황무지를 개간, 원생들의 의식을 위해 각종소채류를 가꾸는 등 흙먼지와 돌뿐인 버려진 땅을 원생들의 보금자리로 일궈 나가는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대구=이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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