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절약시책의 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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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에너지」소비절약 대책은 우리가 당면한「에너지」문제의 심각성에 비
추어 지엽적이고 과단성이 부족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책」의 중점이 장기적인것에 두어지
지 못하고 행정단속 위주로 짜여진 데다 부분적이며「에너지」소비구조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산
업부문의 절약에는 손을 대지 못해서 그렇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이번「대책」이 효과를 거둘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동력자원부는 지난 연말부터 불어닥친 국제 원유가격 파동으로 우리나라의 올해 총「에너지」
소비량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있다. 단지 76년도 총소비량이 석유환산 2천9백80만t, 77년이 3천
3백만t, 78년이 3천6백15만t이었으므로 대략 4천만t을 좀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을뿐이다.
이가운데 약5%인 석유환산 2백만t을 절약하는 것이 이번 1, 2단계「에너지」소비절약의 목표
다.
이를위해 1단계조치는 주유소영업·「엘리베이터」운행·조명등사용·사치성업소영업 등에 제
재를 가하고 이번에는 전력요금인상·주유소영업제한확대·「에어컨」사용억제·발전연료대체·
주택의 단열재사용 의무화 등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의 대부분이 일괄성있는 장기정책에 의해 그 일환으로 나타난 자연스런 방안
이 아니라 걸핏하면 집어드는 회초리같은 시책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지적되는 산업체의 경우 연간 국가 총「에너지」의 50%를 잡아먹고 총 석
유소비량의 80%를 쓰는데 이부문에 대해 거의 손을 대지 않은 것은 이번대책의 성격을 잘 말해
준다.
바꾸어 풀이하면 이번의「에너지·쇼크」의 충격파를 절반정도만 받아들이고 이를 모면해보자
는 것이다. 수출주도형의 팽창·개방 경제체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성역」을 건드릴수 없다는
자원절약외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크면서도 명백한 문제를 그대로 둔채「에너지·쇼크」를 넘겨보려 하는 것이 본말
을 바꾼것이며 어떠한 형태로든 이번 기회에 손을 대야한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오는 26, 27일의「제네바」OPEC총회에서 원유값인상이 거의 확실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때 갑자기 당하는것보다 미리 대책을 세워두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는 주장이다.
전기요금을 일정기준 이상이라고는 하나 경우를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대폭인상한것도 문제
가 있다. 보통 건평 35∼40평짜리 2층건물의 경우 집구조상 전구만도 20여개가 들게 되는데 시민
들은 구조적으로 전력을 많이쓰게돼 있는 집에서 갑자기 비싼전기요금을 물어야하는 결과가 된
다.
또 외빈을 접대하는 경우와같이(외무장관공관등) 건물주의 사용이 아닌 특별한 용도의 경우도
불가피하게 전력을 많이 써야하는데 경우를 따지지않고 일종의「페널티」를 물어야하는 불공평한
점이 있다.
강박하는듯한 절약요구보다는 전달의 사용량을 기준으로 매달10% 또는 20%씩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유도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또 한집에 여러가구가 세들어 살면서 실제 사용량은 월3백kwH미만이면서 누진율을 물어야하
는 억울함도 해결돼야할 문제다.
후발유 소비억제를 위해 주유소에서 토·일·공휴일에 기름을 팔지 않는 시책은 실제 효과보다
는 시민의 불편이 오히려 더 크고 부작용이 많다는 평이다.
지난 3월 이시책이 실시되면서 당국은 큰 기대를 했으나 휘발유를 살수없어 공휴일에 교외로
빠지지못한 승용차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전체 기름 소비량의 4.5%에 불과한 수송용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휘발유 암거래같은 부작용만 생겼다.
차라리 자가용에 대한 휘발유값을 대폭 올려 가격으로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견이다.
실제 서독·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휘발유값을 대폭 올려 절약의 효과를 보고 있다.
기름을 아낀다고 하면서 4기통보다 3분의1가량 휘발유를 더 잡아먹는 6기통 승용차를 생산케하
는 것도 정책의 모순이다.
이밖에 대중음식점에까지 월4회휴일제를 실시하는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며「골프」장영업제한·
옥외간판사용금지·「엘리베이터」운행제한·가로등 격등제등도 실속이적은 나열행정이라는 평이
다.
이번의 시책중 발전용 연료를 무연탄으로 바꾸기로 한것과 주택의 단열재시공의무화·「에너
지」이용합리화법안을 제정키로한 것등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나타낼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에 관한한『투자없이는 절약도 없다』는 말이 통한다. 비록 궁색한 예산이지만 장기
적인 안목에서 절약방향으로 선별투자를 하고 절약형풍토를 유도하는 정책이 아쉽다. <신종수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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