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벽」 두터운 한국문학 해외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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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음악· 미술 등이 비교적 활발하게 해외에 소개되고 있는데 반해 유독 문학분야만이 소개가 쉽게 되질 못하고 있다. 문학이 「번역이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작품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세계문단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 번역의 벽 때문이다.
문예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78년 말 현재 문예진흥원 「유네스코」 「펜·클럽」등 국내 문화단체들에 의해 외국어(영·독·불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작품은 총1천8백여 편이다. 이 가운데 장편소설은 최인훈씨의 『광장』 ,안수길씨의 『벼』『통로』등 3편뿐이며 희곡이 거범석씨의 『산불』 , 오봉석씨의 『초분』 등 3편, 단편소실이 3백50여 편이다. 나머지 1천4백여 편은 대부분 시작품들이고 고전이 1백여 편으로 집계돼있다.
우리 문학이 해외에 소개된 것은 59년 황순원씨의 단편 『소나기』가 재미영문학자 유의상씨 번역으로 영국의 「엔카운터」 (Encoun-ter)지에 게재된 것이 처음. 뒤를 이어 역시 황씨의『학』이 미국「프레리·스구더」(Prairei Schooner)에, 또 주요섭씨의 『사랑손님과 어머니』가 「리더 러리· 리뷰」 (Literary Rewiw) 되었다.
그 뒤로 「유네스코」에 의해 매년 『한국시선집』을 비롯하여 『한국시조선』 (이장영문판) 『한국시선집』(불어판) 『용비어천가』 『한국고전소개집』 (영문판) 등이 출판됐으며 77년엔『한국문학선집』 1, 2권(고전편·현대편) 과 『청년작가선집』(영문판) 등이 문예진흥원 지원으로 출판됐다.
이밖에 「펜· 클럽」 한국본부의 「아시아」 번역국과 서울대·연세대 출판부 등에서 한국현대문학을 번역출간 했으나 이것은 모두 국내용으로, 우리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작업이었다.
70년6월 서울에서 국제「펜」 대회가 열려 문단과 관계기관에선 우리 문화와 예술·문학을 소개하고 펑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 번역사업에 열을 올렸다.
이에 따라 문예진흥원은 74년부터 본격적인 번역사업에 착수, 『서정주시선』 『청록집』과 2개의 시집 (불어판)을 냈으며 지금까지 60여 작가의 작품 2백70여 편을 번역해 놓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특기 할만한 것은 영국 「하이네만」출판사에 의한 『「아시아」문학』 (Writing in Asia) 「시리즈」다. 이 「시리즈」엔 공산권을 포함한 아시아 각 국의 문학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 한국문학은 4권에 걸쳐 간행될 예정이다. 세계전역에 보급망을 갖고있는 「하이네만」사의 이번 기획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데 좋은 기회로 꼽히고 있다. 「하이네만」사 스스로가 이번 출판을 『한국의 문학적 도약』 (Koera's Literyleap)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4권의 내용은 1권이 「황순원단편집』 (12편수록), 2권이 『한국단편선집』 (10권수록), 3권이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작품 (소실·시·희곡)을 모은『한국문학시화집』.그리고 4권이 『오영준단편집』이다. 이 책들의 번역은 고려대 정종화교수와 「런던」대 아아학료의 「윌리엄·스킬런든드」 교수가 맡고 있다.
한국문학의 외국어번역엔 어려운 문제점이 많다.
① 작가와 작품선정의 기준 ② 번역자 ③ 해외보급망과 홍보 등이 그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번역자 문제다. 우리나라 문학은 물론 우리의 풍습까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외국인이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갖춘 번역자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강대 곽면연교수 (독문학) 는 『우리나라에 몇몇 외국인 번역자가 있으나 이들은 문학가라기보다는 대부분 취미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고 햇다.
현재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번역자는「케빈·오르크」 (경희대교수)· 「E·W·포이트라스」 (선교사·감리교신학대교수)·「W· E· 스킬런드」 「런던」대교수)·「로제· 르베리에르」(불어·신부)등 3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한국인으로는 각 대학의 외국어전공교수와 재미작가 「리처드」 김· 「하와이」대의 「괴테」 이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문예진흥원은 한국문학의 바람직하고 폭넓은 해외소개를 위해 올해부터 새로운 ?기의과 사업을 계획하고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한국어학과나 한국학강좌가 있는 외국대학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의 「앤돌러지」식의 보급도 꾀하고 있다.
문예진흥원 박제천 홍보출판부장은 『외국에 소개하는 작품을 우리의 기준으로 선별하는 것보다는 외국의 잡지사나 출판사가 자국의 문화성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게 하는 것도 한 바람직한 방법』 이라고 했다. <김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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