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 6월 당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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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심사평] 눈물을 닦고 다시 솟아나는 희망, 시조로 길어냈다

인간의 웃음에는 냉소, 조소 등의 부정적인 웃음부터 환희에 찬 웃음이나 파안대소, 박장대소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올 상반기 웃음을 잃어버린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인의 초상이 눈에 선하다. 그렇게 올 봄은 우리에게 작은 미소마저 보여주지 않은 채 떠나가고 말았다.

 환상 속에서도 웃음이 허락되지 않은, 암울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기에, 이제는 웃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은 침울하기만 하다. 이러한 삶의 모습이 이번 ‘중앙시조지상백일장’ 응모 작품 중에도 상당수 반영돼 있었다. 선자들은 고민이 깊었다. 현실이 암담한데 문학마저 암담하다면 삶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는 물음에 이르게 됐고, 그 결과 희망 쪽에 작은 조약돌 하나를 얹기로 했다.

 그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장원으로 건져 올린 작품이 유순덕의 ‘술래, 애기똥풀의 여름’이다. 이 작품 역시 ‘세월호’ 사건을 이미지화했지만, 밝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희망 쪽으로 그림자를 누이고 있어, 읽고 나면 가슴에 물기가 묻어나는 수작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과 먼저 떠나버린 이들의 노오란 웃음이 환청으로 들려온다.

차상으로 뽑은 작품은 배원빈의 ‘재개발지의 밤’인데, 이 작품 또한 암울한 현실이 배경으로 깔려 있으면서도 희망의 조약돌을 얹는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의 이미지를 원고지 칸에 비유하고, 원고지라는 음성상징에서 ‘고치’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일종의 언어유희를 통해 나비가 될 꿈을 꾸는 소시민의 삶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차하로 뽑은 경대호의 ‘따비논’ 역시 앞의 작품들처럼 약속이나 한 듯이, 암담한 현실에서 희망을 건져내는 따스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기계화 영농이 보편화되고, 경지정리가 돼 가지런한 논일이라 해도 고단한 법인데, 따비로 일구고 못줄마저 필요 없을 만치 손바닥만 한 논이지만, 식솔의 식량을 위해 정성을 기울이는 농부의 다사로운 손길에서 이 땅, 이 아픔 위에 돋아나는 희망의 새살을 보는 기쁨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끝까지 심사위원들의 손에 들렸던 박한규·정미정·전제진의 작품이 내내 눈에 밟힌다.

  심사위원 오승철·박명숙(대표집필 오승철)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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