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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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런던」의 오래된 「오피스·빌딩」이나 「호텔」중에는 아직도 두례박식의 수동 「엘리베이터」를 쓰고 있는뎨가 있다.
이런 구식 「엘리베이터」의 원리는 간단하다. 「빌딩」의 천장에서 지하까지 두줄의「로프」가 통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를 끌어당기면 「엘러베이터」가 올라가고, 또 다른줄을 잡아당기면 내려간다.
여러 사람이 타는 무거운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 작동시킬때와 정지시킬때 엄청나게 힘이 많이들고, 부변하기도 이를데 없다.
그대신 현대식「엘리베이터」처럼 고장이 나는 일은 거의 없다. 아직도 멀쩡한 것을 좀 부변하다하여 새것으로 바꿀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게 영국인이다.
그래서 지금도 몇십년전의 구식 「엘리베이터」가 남아있다. 영국병의 병인도 이런데 있다.
대영제국의 기둥은 중산계급이었다. 그리고 중산계급의 미덕은 진취의 정곤·자기희생·검약성등이었다. 그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이 검약이다.
그러나 너무 알뜰한게 탈이었다고 「캐인즈」도 말한 적이 있다. 알뜰하니까 새 「엘리베이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그러니까 생산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경제성장율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절약 그 자체가 나쁜 것온 아니다. 절약으로 인한 저축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사회보장등 의 경비로 지출되고 있는데 병인이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중산계급의 소득은 더욱 줄어든다. 그만큼 활력도 줄어든다. 제반 복지비용으로 稅金이 너무 많기때문이라고도 한다.
가령 연수2천4백「파운든(2백16만원)라면, 9백90「파운드」 (89만원)가 세금으로 뺏긴다. 일할 마음이 안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에 교육제도도 한몫 들고 있다. 영국시민의 꿈온 자녀들에게「엘리트」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자를 제외하고선 명문 「퍼블릭· 스쿨」(인문고교)에 진학시기기란 재정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래서 우수한 학생들도 싹을 보기전에 빈이 낮은 공립교에서 시들어버리고 만다.
애써 「이튼」「핼로」를 거쳐「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육시키면 이들은 또 교육계를 떠나려하지 않는다. 개성적인 교육율 받은 나머지에 틀에 박힌 큰 조직속에 파묻히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산업계나 관계는 대체로 대학에서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던 젊은이들이 몰린다.
역설적인 얘기같지만 너무나도 우수한 영국식교육이 영국병을 키워냈다고 볼 수도 있다.
엊그제 영국의 노동당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물가는 30%나 올랐는대 임금인상을 5%로 묶어 놓았으니 인기가 없는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그건 노동당의 잘못도 아니다.그저 영국병의 탓이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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