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불균형해소가 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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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격심한 물가의 상승은 으례 고용의 감퇴와 성장의 clap를 수반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10년동안 세계각국의 사례에서 익히 보아왔다. 경제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필립스」곡선은 격심한 「인플레」아래에서는우하향하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좌상향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다름아닌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상이다.
한국경제라해서 이 보편적인 현상에 영영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해에 본물가의 고속상승은 저성장의 요인을 다분히 배태하고 있었던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와서는 일종의 구조적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이 좀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동향보고에 의하면 1, 2월중의 도매물가및 소비자물가의 상승은 각각 4.4%및 2.2%에 달했다고 하며, 또 금년도 경제전망에의하면 금년도의 성장은 성장목표 9%를 하회할 것이 전망된다고한다.
이 전망에는 조금도 놀랄만한 것이 없다. 다만 이 「전망」도 다른 「전망」이 흔히 그렇다시피 경제의 실상을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능력을 가로막는 시류에 영합하는 낙관론에 입각하고 있는듯하다.
최근 우리나라의경제에는 어느 누가 보아도 고무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현상이 밀어닥치고 있다. 일부기업의 부도, 수출의 부진과 수입의 격증, 극도에 달한 증시의 침체, 물가품귀현상의 만연등은 경제의 구석구석에 깊숙이 뿌리박은구조적 불균형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여기다가 국제적으로 일고있는 원자재가격의 앙등과 품귀, 그리고 석유가격의 대폭인상의 전망이 설상가상격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일조일석에 빚어진 것이 아니니만큼 그 원인의 제거없이 일조일석에 사라질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과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인플레」는 결코 평탄한 「인플레」가 아니라 심한 굴곡과 경변을 그리는 굴절형「인플레」인만큼, 앞으로비록 경제지표상 소강상태를 나타내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양춘사월이 예년이상으로 잔인한 달이 되지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다년간 조성된 비리를 도려내고 마모되어가는 성장잠재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하여 정부는 년초부터 일련의 정책을 시도해왔다. 왜곡된 물가구조를 현실화하고 수입을자유화하며 재정금융의긴축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소비절약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모두나름대로의 이론적근거를 지니고 있어 그 취지의 소재를 납득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그 추진의 정도와 시한에 있어서나 정책의 유효성에 있어서나 뚜렷한 한계가 있을것같다. 정책목표는 일견 타당한것같이 보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마치 외투위에서 가려움을 긁는것같은 안타까움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들 정책의 대부분이 오늘의 구조적불균형을 조성한 원인에대해서는 거의 손도 대지못한채 주로 겉으로 나타나는 징후만을 문제시하고 있기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지나치게 비대한 부분과 이상하게 시들고 이지러진 부분이 뒤섞여서 혼돈천하를 이루고 있다.
일부 제조업부문은 크게 같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부문은 심히 낙후되어있다.
수출은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받는데 비하여 내수산업은 음지에서 햇볕을 못보고있다. 대도시의 이상팽창은 비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낭비와비효율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들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발견되지 않고서는 고물가·저성장은 피하기 어려울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진정한 대책은 바로 여기에서 시발되어야한다. 불균형은 경제성장의 대명사가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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