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번역물 "베껴먹기"|편집·오식까지 똑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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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부 양식 잃은 출판인들의 베껴먹기 경쟁이 말썽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과당경합이 붙은 인기번역물은 모두 4종. 『날으는 것이 두렵다』 『바보들 죽다』등 해외인기소설이 있는가하면『불확실성의 시대』 같은 교양서, 동화소설『모모』도 끼었다. 모두 국내 「베스트셀러」 5위안에 손꼽히는 인기물이다.
이중 최근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모모』 와『불확실성의 시대』 는 인기가요와 TV방영에 힘입어 뒤늦게 해적판이 나온 것들로 베껴먹은 수법이 졸렬하여 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있다.『모모』의 경우 지난77년가을 청람사가 차경아씨의 번역으로 펴낸 이후 줄곧「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켜왔는데 최근 인물연구소가 「세계아동의 해 기념출판」 이라는「레테르」 붙여 김요섭·임정수공역으로 동명의 책을 내놓자 말썽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청람사에 따르면 『모모』 는 번역자가 독일체재중 저자 「미카엘·엔데」와 독일 「티네만」 출판사로부터 한국어 번역권을 얻어 출간한 것. 그런데 인물연구소는 뒤늦게 78년 3월호 「문학사상」 지에 실린 차경아씨의 「미카엘·엔데」 「인터뷰」기사를 『모모』 에 덧붙여 또다른 『모모』 를 펴냈다.
새로운『모모』는 청람사고유의 도안, 저자로부터 인수한 사진 및 자필서명, 번역자가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그대로 도용하고, 「인터뷰」 기사는 차씨의 이름을 삭제,「한국인 여성애독자」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둔갑시켜『해적판중의 해적판을 만들어냈다』고 청람사측은 주장한다.
한편 차씨는 나중에 나온 『모모』를 자신이 번역한 『모모』 와 대조한 결과 『본문내용을 거의 전부 베끼다시피 했기 때문에 따져볼 흥미조차 잃었다』 고 분개.
그 예로 원문이 『깜박, 깜박, 작은 별!』로 된 것을 원문의 「뉘앙스」를 살려 『꺼질듯, 꺼질듯, 안타깝게 빛나는 작은 별아』로 번역했는데 인물연구소의 것도 한자 틀리지 않고 똑같다면서 이러한 예는 이밖에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차씨는 이같은 내용상의 표절 외에도 어휘의 표절, 편집상의 표절을 지적하고 심지어 오실까지도 그대로 베껴냈음을 표절의 결정적 근거로 들고있다.
이에 대해 인물연구소판『모모』의 번역자로 돼있는 김요섭씨(동화작가)는『원고조차 보지 못하였다』 면서 『출판사마음대로본인의 허락없이 이름을 도용했다』 고 흥분했다.「갤브레이드」 교수의 BBC방송강좌를 정리한『불확실성의 시대』는 좀 경우가 다르다. 지난해 10월 청조사가 처음으로 번역본을 낸데 이어 지난2월말까지 홍성사·현암사·계원출판사·범우사 등 출판사가 오파전을 벌이고있는데 말썽이 된 부분은 청조사와 계원출판사 것이 글자하나 안틀리는 복사판이라는 것이다.
단 틀리는 것이 있다면 앞의 책이 김모씨의 번역자 이름을 달고 나온데 대해 뒤의 책은 S대 오모 교수가 번역자로 되어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D출판사가 지형공정까지 마친 뒤 무슨 이유에서 인지출판을 포기하고 청조사에 넘겼는데 지난달 TV방영이 되면서 같은 지형이 계문출판사판으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번역출판물들이 대부분 원저자와 외국출판사의 승인을 얻지 않은 해적출판물이지만 이같은 예는 처음이며 또 서점 수익율 40∼50%의「덤핑」물이라는데서 출판계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출판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연구소장 한승혜씨는 이같은 해적출판행위를 규제할 저작권법개정안이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빈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법 이전의 출판윤리의 문제』로 보아야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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