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본 통계] 내수 산업 종사자 늘어 체감 경기 더욱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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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2년 4분기 경제성장률 6.8%로 3분기보다 1%포인트 높음. 연간 성장률 6.3%. 1인당 국민소득 5년 만에 1만달러 돌파. 2003년 1분기 4%대 성장 예상.'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사가 안 된다며 울상이다. 달력도, 기온도 완연한 봄인데 경기는 겨울이다. 기업과 가계의 체감온도가 영하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최근 2년여 동안 '소비형'내수 중심으로 성장한 데 따른 반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경기가 좋지 않자 정부는 2001년 말 자동차 특별소비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등 내수촉진 정책을 폈다. 길거리 신용카드 발급 행위도 방치했다. 그 결과 내수는 달궜지만 플라스틱 버블(신용카드 거품)을 키우고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잘 나가던 내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였다. 주가하락에 따른 자산감소 효과와 가계대출 억제 정책도 소비심리 위축을 불러왔다.

그 결과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 8.9%에서 4분기에는 4.3%로 뚝 떨어졌다. 이와는 달리 수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2.4%에서 24.2%로 높아졌다.

그 결과 지난해 2분기부터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소비의 기여도를 앞질렀다. 특히 하반기에는 수출이 민간소비의 4배 정도 성장에 기여했다.

더구나 올 들어 도소매 판매가 감소하는 등 내수가 더욱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도소매 판매가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재고가 쌓이자 외환위기 직후 성황을 이뤘던 '땡 처리'시장이 다시 돌아왔다.

어느새 우리도 내수산업에서 일하는 숫자가 훨씬 많아져 기업이나 가계나 내수 경기에 더 민감하다. 2월 현재 서비스산업 취업자는 1천5백69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72%인데 내수 관련 종사자가 대부분이다.

수출과 관련이 큰 제조업 취업자(4백15만명)의 4배에 가깝다. 그러니 수출보다 내수가 위축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더욱 민감해진다.

이런 구조이므로 가만히 놓아두어도 내수에 찬바람이 불면 금방 느낀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운 바람을 불어넣은 뒤끝이라 실제보다 더 차갑게 느끼는 것이다.

여섯 달 전과 비교해 경기와 생활형편 등을 평가하는 소비자평가지수가 2월에 63.9로 98년 11월 이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경제를 수출이 이끌든, 내수가 주도하든 어느 한 쪽으로 너무 쏠리면 문제가 생길 때 대응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내수와 수출의 균형 잡힌 성장이 필요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증가율도 둔화될 판이다. 내수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지 않도록 연착륙시켜야 한다. 아울러 소비형 내수보다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투자형'내수에 눈을 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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