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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들 80년대로 뛴다|변화의 진통속에 열리는「아시아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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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아」는 고동치고 있는가. 고통받고 있는가….50년대 이후 미·소의 공존체제 그늘에서 월남전, 비동맹운동, 자주민족주의 등의 시련을 겪으며 자립의 꿈을 키워오던 「아시아」국가들은 격동하는「아시아」질서의 재편움직임 속에 제각기 활로를 찾기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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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 탈바꿈에 쏠리는 관심>
미국의 태평양지역 개입 축소, 인지의 적화, 중공과 소련의 뒤이은 진출 경쟁 속에 태동하던「아시아」의 새 질서 모색의 움직임은 「캄보디아」정권의 붕괴로 또 하나의 불안요인을 안게 됐다.
당대의 논객들은 80년대는「아시아」· 태평양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가장 주목할 현상은 중공이 미·일 등 서방측과 어느 수준까지 밀착할 수 있을 것이며 중공의 탈바꿈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인가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 사태발전의 여하에 따라서 「아시아」정세가 영향을 받는 진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동남아 지식인들은 내다보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 대학교수는『이번「캄보디아」사태도 미·중공수교라는 돌풍이 몰고 온 첫번째의 반작용』이라고 서슴없이 단언했다.
78년 하반기부터 무르익기 시작한 미·일·중공간 3각 협력체제의 탄생은 「아시아」 에서 소련세력의 팽창을 견제하고 둔화시키면서 번영되고 안정된「아시아」를 지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동남아 가는 곳마다 일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새 술(주)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중국고대의 속담처럼「아시아」의 질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편될 것이며「프놈펜」의 함락에서 보여주듯 이미 재편의 아픔이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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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사태에 아세안제국 불안>
소련의 세력권에 들어간 인지3국과, 소련 해군력의 신장이 미국해군력을 위협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 등의 점치·군사적 현실에 맞서 미·일·중공은 대체로 일본 자위대의 강화와 미 해군력의 증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이 지역의 안보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베트남」과 「캄보디아」간의 적대관계가 「프놈펜」함락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인지공산권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그러나 한 나라가 다른 강국의 침략에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현실을 겉에서 보아야 했던 「아세안」은 그런 현실이 자기들에게 반드시 예외로 남겨질 수 없다는 자각에서 대내적인 자주와 자립의 바탕을 다지기에 숨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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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대만이 재조정 대상>
동북아에서는 대만과 한반도문제가 당장「재조정」대상으로 부각된다. 대만문제는 이미 중국이라는 하나의 실체문제로 귀속된 감이 없지 않지만 당사자로서는 존망을 건 심각한 문제이고, 따라서 최악의 경우에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뒤흔들 대만과 소련의 제휴라는「변수」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다.
한반도문제는 대체로 미·일·중공간의 협력체제의 진전으로 희미하나마 밝은 전망을 낳고 있다. 그러나 그런 체제의 허점을 찌른「베트남」의 「프놈펜」침공처럼 북괴의 호전성이 되살아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보면 미·중공의 수교로 그 수정이 불가피한 불안한 휴전협정에 대체할 강력하고 새로운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밖에도 1년 이상 격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이란」사태라든가 인도 정정의 불안 등은 모두「아시아』의 오늘과 내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다.
이와 같은 경치·군사적 격변은 필연적으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공이 제국주의의 화신이라고 몰아세우던 미·일과 손잡게 된 것도 실상은 경제적 욕구와 가장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으로만 옥죄던 중공이 자국의 산업현대화를 위해 「코카·콜라」를 받아들이는 형편이니「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경제개발과 기술 및 사회개발에 쏟는 정열은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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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국민복지에 역점>
광범한 기존체제의 재편은「아시아」각국 지도자들이 자국의 안정에 필수적인 선결요건으로 경제안정과 국민복지를 위주로 한 사회생활 여건의 안정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아시아」각국은 생필품의 저렴한 가격유지에 의한 물가안정, 주택·의료·교육·교통·근로조건 개선 등 생활향상 및 개선을 경제계획의 최종목표로 설정하고 갖가지 시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런 정책을 통해 급변하는「아시아」의 외적 환경에 대응하려는「아시아」각국의 몸부림은 남의 일이 아니다. 모든 「아시아」 인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몸부림이며 더 나은 미래를 보강하려는 염원인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 시대가 도래되건 안되건 간에「아시아」의 격동은 세계적으로 정치·사회·경제적인 파장을 긋게 될 것이다.
아라냐프라텟(캄보디아-태국접경)=이돈형·장홍근·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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