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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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리스도」 탄생일은 분명치 않다. 신약의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에 탄생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만 날짜는 밝혀져 있지 않다. 옛날의 교회는 1월 6일·3월 21일(춘분)·12월25일 가운데 하루를 축제일로 지냈다.
12월 25일을 「크리스머스」로 삼은 것은 354년부터라고 한다.
어둡고 추운 동지를 지내고 태양이 부활하는 시기에 「그리스도」 탄일을 맞춘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12월 21일부터 31일 사이를 「사투르날리아」 신의 축제 절로 즐겼다. 햇볕이 많아지는 날을 택해 「농경의 신」에게 감사를 드리려는 것이다.
이날만은 노예들도 주인의 잔치에 초대되었고, 주인들은 기꺼이 노예들의 술잔에 포도주를 부어 주었다. 또한 나이·성별·계급의 차이 없이 모든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잔치와 행렬을 벌였다. 「샌터클로즈」의 전설도 있다.
3세기 무렵 소 「아시아」의 「미라」 교구장이던 「니콜라우스」 주교는 특히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아꼈던가 보다. 후에 그는 어린이의 주보 성인이 되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클라우스」라고 발음한다. 「샌터클로즈」 할아버지의 유래다.
원래는 그의 축일인 12월 6일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곤 했었다.
오늘의 「크리스머스」 풍속들은 종교적인 순수성을 거의 잃어가고 있다. 「그리이스」의 축제이기보다는 「상인들의 축제」, 「백화점의 축제」, 「사모님들의 축제」같다. 「그리스도」의 그림자는 어디서도 보기 힘들다. 하나님과는 인연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마음만 분주하다.
「그리스도」교의 성서를 보면 하나님은 이 세상에 사랑을 베풀기 위해 오셨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 성경은 그런 사람들만이 최후의 심판 일에 자신을 가질 수 있다고 가르쳤다.
오늘의 사람들은 하나님을 단추만 누르면 재화를 가지고 내려오는 우주의 「벨·보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스도」를 사랑으로서 갈구하기보다는 행운의 전달자로 기다리고 있다.
『신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라고 말한 시인 (「R·풀러」·미국)이 있었다. 행동이 없는 사랑으로는 하나님의 은혜도 관용도 받을 수 없다.
우리 주변엔 「입으로만 외치는 사랑」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우울한 이웃들이 많다. 「크리스머스」의 참뜻은 「행동하는 사랑」에 있다. 옛사람들은 이날이면 노예도 잔치에 초대했다는데, 우리는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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