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종업원의 배움터|명동일요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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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하면서 배워서 바르게 살자』-. 18∼25세까지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다니는 「명동일요학교」가 3일 첫졸업생을 냈다.
이 학교는 명동새마을부녀회(회장 최병을·39·여)가 이 일대에 근무하는 자칫 탈선하기 쉬운 종업원들을 선도하기위해 업소가 쉬는 일요일만 문을 열어 중학과정을 가르쳐온 학교.
일요일마다 교실로 이용해온 충무로2가 오양「빌딩」무역연수원에서 거행되는 제1회 졸업식에서는 일식집「신양」종업원 김광제씨(25)등 25명 (남5·여20)이 감격의 졸업장을 받고 업주들이 마련한 겨울내의등 푸짐한 졸업선물을 받았다.
이 자리에선 형정희양(21·늘봄다실근무)등 10명이 우수상등 표창을 받았다.
이 학교가 문을 연것은 지난4월3일. 74년부터 충무로2가에 늘봄다실을 경영해온 명동새마을부녀 회장인 최씨가 종업원의 탈선을 수없이 목격, 이들을 선도할 책임이 업주에 있음을 느끼고 선도운동을 편것이 계기.
최씨는 76년봄 뜻을 같이하는 이재박씨(49·일식집대원주인)등 8명과 부녀회를 조직, 폐품수집·영수증 모으기 등으로 기금을 모아 종업원들만을 위한 학교운영을 시도했다.
이같은 부녀회의 활동에 2백여명의 업주들이 호응, 78년 봄까지 5백만원의 기금을 모았고 중소경찰서 이영주서장의 주선으로 무역연수원 교실을 빌어 학교문을 열었다.
국어·영어·수학·한문·국사등 하루 4시간씩의 수업과 한달에 두번씩 사회저명인사들이 초청돼 직업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와 바른 가치관등 이들이 직업에 귀천을 느끼지 않고 떳떳이 생활할 수 있는 내용의 특강을 실시했다.
출석인원은 평군 30∼40명. 재적학생은 1백80명이지만 종업원들의 이동이 잦고 업소의 사정에 따라 출석인원은 적은편.
그중 성적과 출석율이 좋은 25명이 이번 첫졸업을 했다.
최우수상을 받고 졸업하는 형양(전북남원출신·76년상경)은 『비록 유흥업소에 근무하지만 이젠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착실히 살아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교장 최씨는 부녀회기금이 1억을 돌파하면 종업원 회관을 마련, 이들을 위한 도서실·휴게실·탁아소등 복지시설을 갖추고 교과과정도 더 넓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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