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기국회의 조기 폐회로 9대 국회의 활동은 사실상 끝났다. 여야정당은 공천작업을 서둘러 마무리짓고 총선거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6년 만에 다시 맞는 바쁜 정치의 계절이다. 그런가하면 또 이시기는 지난 6년 간의 공과를 반성하고 보다 성숙된 내일을 설계하는 귀중한 과도기이기도 하다.
지난 6년은 몸에 익지 않은 새 체제에 맞춰 우리 정치의 체질을 조절하는 기간이었다. 때문에 과거의 정치를 보는 눈으로 지난 6년간의 정치를 평가하는 건 적당치 못할 것이다.
지금의 경치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법과 질서」, 그리고 능률에 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정치의 존재양식에 대한 지난날과 오늘날의 기대치는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과 기준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9대 국회의 정치활동에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국회가 정치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 하지 않고 오히려 회피한 듯한 인상이 짙다.
또 의안 심의과정에서 행정의 논란만이 승했지, 민의를 흡수하는 정치의 논리가 미흡했다는 평을 들었다.
새 체제에 맞추어 정치의 체질을 조절하는 과정에선 불가피하게 시행착오가 따른다. 으례 조절이 지나치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12월에는 10대 국회의원 총선거, 9대 대통령 취임, 내각개편등 새 출범의 계기가 예정되어 있다.
이 새 출범을 앞두고 모름지기 우리 정치에 있어 재조절 되어야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다짐이 총선거에 임하는 자세에서부터 우선 발현되었으면 한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선거에서 통해서는 안된다. 지난날의 경험에 비추어 불법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인에게서 공명정대한 정치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각 선거구에선 벌써부터 탈법선거와 자금의 대량살포가 문제되고 있다.
내무부의 발표에 의하면 1백2명이 사전 선거운동으로 적발되어 있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유권자에게 후보자의 인물과 정견을 알릴 수 없게 되어있는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에 비추어 후보자들의 고층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렇지만 적어도 공무원의 선거관여·금품살포·타 후보비방·투개표 부정·폭력행위 등의 불법행동이 용납될 수는 없는 일이다.
16일에 열린 검사장 회의에서도 공명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선거사범의 단속·처리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는 것이다.
공명선거란 여타후보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있으나 역시 기본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관권의 선거개입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중앙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지역구별로 지방행정 기관과 여당후보의 인간관계로 인해 관의 중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이런 부분적인 사례 때문에 정부의 공명선거방침이 훼손되지 않도록 중점적인 단속이 요망된다.
그리고 후보자들에 의한 사전운동에 대해선 선거법의 엄격성에 비추어 법운영을 엄하게 하기보단 공정하게 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모처럼 모범적인 공명선거가 이룩되어 새로운 6년의 출범이 보다 청신하길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