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강화' 정부조직 개편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지난달 1일 뒤늦게 가족의 품에 돌아온 희생자의 영정이 안치되고 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국무조정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5·19 대국민 담화 직후부터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해 왔다. 27개 후속 조치 과제를 제시했고 장관급 국가안전처 신설, 해경 해체 등 14개 과제의 추진 기한을 6월 말로 못박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회의(10일)를 거쳐 11일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안전행정위→법사위→본회의를 거치려면 6월 말 시한 내 처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6월 중 국회 통과를 전제로 국가안전처 직제를 짜고 있는데 법안이 넘어오면 간판을 바꿔 달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9명으로 구성된 정부직제개편위원회는 11일에야 안행부에서 첫 회의를 열어 갈 길이 멀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맞물려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인데 이를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처끼리 갑론을박이 한창이어서 조직 이기주의란 지적도 나온다.

 안행부의 외청인 소방방재청을 해체해 국가안전처 산하 소방본부로 축소하는 방안을 놓고 가장 논란이 뜨겁다. 소방방재청 공무원들은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주범도 아닌데 왜 조직이 축소돼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이들은 현재의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신분 전환도 주장한다. 지방직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별로 재정 여건이 차이나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소방관이 자기 돈으로 장갑을 구입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4만여 명의 지방직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등 소방예산은 연간 2조6000억원인데 국비지원 비율은 1.9%다. 따라서 국가직으로 전환하면 중앙정부가 2조6000억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에 대해 안행부 당국자는 “소방은 교육·경찰처럼 주민 생활과 밀접한 행정 서비스라서 선진국들도 지방직이 대세인데 국가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세계적 추세에 안 맞다”며 “장비 구입을 못하는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국비를 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반박했다.

 소방방재청 공무원들은 국가안전처 산하 외청으로 조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안행부 당국자는 “세월호 참사 대응이 제대로 안 됐다는 비판에 따라 재난 컨트롤 타워를 일원화하기 위해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마당에 외청으로 존속하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국회 안팎에서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있을 전망이다. 이종열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물리적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공무원의 소속을 바꾸는 것보다 국민 안전을 위해선 어떤 사람을 뽑아 어떤 기능을 수행토록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비전문가인 관료를 소속만 국가안전처로 바꾸고 해경·소방의 위상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 처리에 대해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부는 국회 탓만 말고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야당 의원들에게 적극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세종=김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