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만든 인형전 갖는 김영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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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순하디 순한 표정과 익살스런 몸짓으로 해학이 넘치는 민속인형들이 한 여성공예가의 손으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드러운 질감의 닥종이(한지)로 만들어져 따뜻한 체온마저 느껴지는 민속 인형을 만든 사람은 김영희씨(35) .
인형예술이 거의 불모상태인 우리나라에서 15년여의 연구 끝에 첫 닥종이 민속인형전 (20∼26일 조선 「호텔」화랑) 을 갖는 김씨는 『어려서부터 한국인의 표정이 깃 든 인형을 갖고 싶었어요. 전통적인 스승도 없이 제나름대로 했기 때문에 감히 한국인형이라고 내세워도 좋을지 두렵군요』라고 한다.
김씨의 민속인형은 닥종이를 축여 한 겹 한 겹 싸서 몸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물감을 들여 생생한 피부색깔을 낸 닥종이를 맨 위에 붙이고 이 위에 눈썹·눈을 그려 넣는다.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이 바로 얼굴을 만드는 과정. 『일본의 인형예술은 세계적인 것이지만 피부색깔을 붓으로 칠하기 때문에 어쩐지 가라앉지 않은 표정이지요. 저는 종이 자체를 염색해서 좀 더 포근한 얼굴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인형의 옷은 쪽물·밤물·입빛 등 천연염료로 물들인 집나이무명이나 명주로 입혔다.
『재료를 구하는데 많이 고생했어요. 처음에는 인형도 자기로 만들었는데 너무 차가운 느낌이 들더군요. 닥종이로 하게 된 것은 탈을 보고「힌트」를 얻은 것이지요. 』 외가에 가는 모자, 오리몰이를 하는 소년 등 높이 30cm 남짓한 인형들이 꽉 짜여진 몸짓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데 어찌 보면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에서 방금 뛰쳐나온 인물들처럼 보인다.
『인형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가장 아름답고 편안한 표정을 포착해 만들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어요』라는 김씨는 홍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현재는 동대학원에서 직물을 전공하는 3남매의 어머니다. 전시작품은 『씨름』『기방풍경』등 6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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