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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통귀리로 라면 만들고 스프엔 씀바귀 … 담석증 아내 위해 고민하다 아이디어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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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원광대 인체과학연구소장 정동명 교수는 강원도에서 귀리와 씀바귀를 직접 재배한다. [사진 정동명]

“마약·니코틴(흡연)·알코올(음주)·카페인 등 4대 중독 물질과 잔류농약·중금속·첨가물 등의 유해물질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원광대 인체과학연구소장 정동명(62)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커피·탄산음료나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섭취한 학생들이 적게 먹은 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낮고 성격이 불안하며 분노 표출을 쉽게 하는 반면 분노 억제는 어렵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씀바귀·엉겅퀴·쑥·익모초 등 쓴맛의 산야초와 귀리 같은 수퍼푸드가 카페인 해독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맹독을 지닌 말벌·땅벌에 쏘이고 독사에 물리거나 상처나 났을 때 씀바귀 잎을 잘라서 나오는 하얀 유액을 상처에 바르면 빠르게 해독되고 흉터도 적게 남아요. 개는 상처가 나면 씀바귀를 뜯어 먹고, 토끼도 새끼를 배거나 병이 나면 씀바귀를 찾아서 먹습니다.”

 “귀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0대 장수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거친 식품이에요.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02년 귀리에 풍부한 베타글루칸(식이섬유의 일종)이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심장에 도움이 된다는 기능성 표시를 허가했습니다. 베타글루칸은 몸 안에 축적된 중금속뿐 아니라 방사능을 해독하는 효과도 있어요.”

 공대 교수인 정 교수가 ‘뜬금없이’ 귀리·씀바귀 연구에 빠진 것은 1992년 아내가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담석증에 걸린 것이 계기였다. 담석 제거술을 받았지만 몇 개월 안 가 식사를 거의 못 하고 대신 소화제만 한 움큼씩 먹는 세월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명색이 생체공학을 전공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가’라는 자괴감에 빠진 그는 아내를 위한 그만의 처방을 고민하다가 씀바귀를 넣은 환을 만들어 효과를 봤다고 한다.

 그가 최근 개발 중인 제품이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품인 라면과 커피다. 통귀리통밀 라면은 통밀(60%)·통귀리(20%)·전분으로 면을 만들고 스프에 씀바귀가 들어간 제품이다. 그는 이미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토종귀리를 강원도에서 찾아내 씀바귀와 함께 직접 재배하여 원료로 사용한다. 정 교수가 지난해 말에 개발한 통귀리통밀 라면 시제품은 이미 완성됐다. 미국·호주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맛있고 건강에도 이로운 한류식품으로 통할 수 있도록 시식 평가도 마친 상태다.

 통귀리통밀 라면의 상품화와 세계시장 개척을 돕고 있는 한나아이앤티 한은수 대표는 “통귀리통밀 라면은 맛이 담백하고 동물성 원료나 MSG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동의보감』에서 신초(神草)로 분류한 씀바귀로 국물 맛을 냈기 때문에 뒷맛이 깔끔하며, 기존의 라면과는 완전히 다른 웰빙라면”이라고 소개했다.

 한 대표는 “라면을 먹고 싶어도 의사의 권유로 피할 수밖에 없었던 고혈압·당뇨병·비만 환자나 청소년들에게 안심하고 권할 수 있다”며 “통귀리통밀 라면은 먹은 뒤 그릇을 물로만 씻어도 기름이 남지 않고 깨끗이 씻긴다”며 “기존의 카페인 커피 대신 고피(goffee·씀바귀를 원료로 사용한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카페인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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