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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과거와의 전쟁" … 서청원 겨냥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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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과거의 구태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 레이스가 점화했다. 여당 당권(黨權)을 둘러싼 경쟁이다.

 서청원 의원과 함께 양강(强)으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이 8일 공식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정당의 목적은 정권 재창출”이라면서 “당 혁신 없이 정권 재창출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곤 “모든 구태를 과감히 청산하고, 미래로 가기 위해 과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과거와의 전쟁’이란 말은 당내에 미묘한 파장을 불렀다. 사실상 서 의원 측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특정인을 겨냥한 말이 아니라 정치문화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김 의원은 “돈봉투 없는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며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각 당원협의회의 경비를 중앙당에서 일괄 부담하고, 깨끗한 전당대회를 위해 후보 간 공개적인 신사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출마선언문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공천권’에 관한 언급이다. 이날 김 의원은 “당원과 국민이 실질적 주인이 되는 정당민주주의를 확립하겠다”며 “정당민주주의 요체는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께 돌려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과거 하향식 공천이 당내 분열과 선거 패배로 이어진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친이·친박계 간 극심한 공천갈등을 되풀이해왔다. 김 의원 자신이 2008년과 2012년 총선 때 각각 친이계·친박계 주도의 공천에서 공천장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임기 2년을 마칠 경우 2016년 총선 공천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정당의 가장 큰 권한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한 것은 자신이 대표가 되더라도 공천 칼날을 휘두르진 않겠다는, 일종의 기득권 포기선언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핵심그룹에 보내는, 공천 문제는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당·청 관계에 대해 “대한민국의 과거 적폐 청산을 위한 대통령의 국가개조 작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면서도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밝은 눈과 큰 귀가 돼 할 말은 하는 집권여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 일각에선 이번 전대를 ‘친박(親朴) 서청원과 비박(非朴) 김무성’의 대결이라고 한다.

 “친박의 울타리를 만든 게 바로 나다. 스스로 비박이라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80%의 지지를 받았다. 나머지 20%도 정말 열심히 대선에 임했다. 지금 와서 친박과 비박을 나눈다는 건 있을 수 없다.”

 - 지금 청와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 소통 부족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후보였고, 박근혜 정권은 곧 새누리당 정권이다. 당이 국정의 동반자가 됐어야 한다.”

 - 경쟁자인 서청원 의원에 대한 평가는.

 “답변을 사양하겠다.”

 김 의원이 스타트를 끊은 이날 서청원 의원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서 의원은 10일 ‘변화와 혁신의 길’이란 주제로 여는 세미나에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뒤 금명간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서 의원 주변 인사들은 김 의원이 밝힌 ‘과거와의 전쟁’ 발언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한 측근은 “과거와 미래의 구도를 설정하고, 과거를 적폐로 얘기하는 건 여태까지 쌓아 온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모든 걸 부정하고 ‘내가 시작하는 게 절대선’이란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김 의원에 이어 또 다른 당권주자인 이인제 의원도 10일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이 의원은 당의 혁신 방안을 담은 ‘이인제의 새누리당, 이렇게 달라집니다’는 84쪽의 소책자도 배포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당 밖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 입장에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며 “혁신·소통·통일이 당 혁신의 3대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권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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