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 꿈꾸는 소 해운계-「오나시스」딸 향배 몰라 초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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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리스」선박왕 「오나시스」의 딸 「크리스티나」의 결혼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큰「뉴스」거리가 되기 마련이지만 새 남편이 소련 비밀경찰요원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소련선박회사 해외주재원이며 곧이어 이혼설 마저 번져 더욱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서방 쪽에서는 날로 세력이 확대되고 있는 소련이 「오나시스」해운제국을 흡수하여 서구 해운업계를 압도하려는 공작의 제1단계로서 이번 결혼을 추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와 같은 우려는 소련해운의 움직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소련해운은 45년 미국이 전쟁 중에 빌려준 선박과 독일에서 압수한 화물선을 주축으로 하는 보잘것없는 장비로 시작했다. 그때는 세계 해운국 순위는 23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영국·「노르웨이」·「그리스」 다음으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2천5백만t의 이 거대한 상선은 소련해군의 비호 아래 이제 5대양을 누비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운영하는 이 상선대는 서방국가가 주도하는 국제운임협약의 규제 밖에서 15∼40%가 싼 운임 「덤핑」을 함으로써 불경기를 맞고있는 서구 해운업계의 기존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소련 상선대는 「유럽」공동시장(EEC)과의 교역량 중 95%를 이미 장악하고 있으며 새로운 선박구입과 시설현대화를 실시, 제3국간의 해운「루트」도 침투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영국·서독 「덴마크」 등 「유럽」의 해운국들은 공동의 적에 대한공동 대책을 강구하려고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오나시스」제국』의 상선대가 소련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경우 서방측 해운업계가 받게될 타격은 큰 것이다.
더구나 소련 상선대는 정치·군사적으로 제3세계 침투에 큰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타격은 해운계에만 국한될 수 없는 위협이다.
이러한 전망은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소련이 세계해운업계와 공존하려는 움직임을 차차 보이기 시작한 이 시기에 「크리스티나」의 결혼 같은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자체 세력을 확장하려 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가 결혼 4일만에 신랑의 곁을 떠나 한때 귀국했었고 또 「그리스」의 법에 따르면 꼭 치러야하는 교회결혼을 미루고 있는 것이 이혼의 전주곡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결혼초기에 일어난 풍파나 개인간의 불화보다는 소련 해운업계와 서방 해운업계의 거대한 세력 싸움에서 연유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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