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통일교를 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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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일교 교주 문선명씨의 뒤늦게 밝혀진 비공개 설교집 내용이 불교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공자·석가·예수까지도 나의 부하입니다. 어저께도 불교 믿는 사람이 선생님 (문선명) 앞에 와서 「석가모니가 나한테 와 가지고 문 선생 위해 24시간 기도하라고 나에게 명령하니 안 할 수는 없다」고…. 만약에 석가모니도 협조하지 않으면 천법에 걸리게 됩니다.』 (설교집 「말씀」-82호·76년3월15일) 등 「불교를 비방한」 설교 내용을 문제삼아「공식 사과」를 받아 낼 때까지 불교계는 통일교 규탄의 끈을 늦추지 않을 태세로 나오고 있다.
이번에 불교계가 분개하고 있는 통일교의 설교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도 있다.
『영계는 이미 통일 교회 문 선생의 휘하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아야 됩니다. 그래 불교 영통인들이 선생님한테 와서 경배하고 그럽니다. 불교 믿던 사람이, 유교 믿던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그것 전부 공자나 석가나 선생님의 제자들입니다. 기독교인들은 멍청히 알지도 못하고 큰 소리하고 있지만 누구의 말이 맞나 당장 죽어 보라구.』 (「말씀」 184호·76년5월15일)
『…하늘은 그러한 본연의 기준을 세워 가지고 서러우면서도 길을 닦아야 되겠기 때문에 이 모든 종 새끼들을 동원해 가지고 그분 (문씨)이 오실 수 있는 길을 닦아 놓으라셔서 보내진 것이 수많은 종교인들입니다. 그러한 사명을 짊어지라고 보낸 종교인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제일인줄 알고, 뭐 석가모니 같은 이는 천상 천하에 유아독존이란 「레테르」를 붙이고 그 일을 한다는 거요.』 (「성화」68년8월호)
이러한 설교 내용은 2∼10년 전에 행해진 것들이지만 최근 용태영 변호사가 통일교 상대의 김명희씨 (전 통일교 신도) 소송을 위임받아 자료를 정리하다 발견, 불교계에 알려진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교 문화부장 유광렬씨는 『문제의 설교집은 제작상의 실수로 오해를 빚게 되었다. 보도 내용 중 ××는, 나의 부하운운은 문 선생이 말한 뜻을 잘못 알아들은데서 온 편집자의 과실에서 빚어진 것이다.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모든 일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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