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 기대선 발전 못 해 … 부동층은 당보다 인물 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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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유권자 20만 명 만나기’를 이어갔다. 지난달 27일 오 후보는 자갈치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유권자 20만 명 만나기.’ 오거돈 무소속 후보의 마지막 이틀간 유세 전략이다. 하루에 10만 명을 만나려면 현장을 죽기살기로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시민연합후보’임을 앞세워왔다. 오 후보는 1일 “서병수 후보는 ‘박심(朴心)’만을 믿는 전형적인 권력의존형 정치인”이라며 “부산은 일당독재 체제의 폐해로 전국에서 가장 살기 힘든 도시로 전락했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 여론조사 결과가 매번 바뀐다.

 “부산은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승리하는 지역으로 꼽혀왔지만 이젠 그 구도도 깨지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저변의 민심이 나를 통해 ‘해낼 수 있다’는 여론으로 변해가고 있다. 내 지지율은 더욱 올라갈 거다. 20~40대, 화이트칼라가 대다수인 부동층이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일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나를 뽑을 거라고 생각한다.”

 - 2004, 2006년에도 시장에 출마해 연패했는데.

 “부산이 침체하느냐, 다시 발전하느냐의 기로에 선 중요한 시점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시민들이 나를 불러낸 만큼 범시민후보인 내가 부산 발전을 견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나는 시장 직무권한대행을 지낸 행정 전문가이며, 해양수산부 장관과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 등을 지낸 해양 전문가이고,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대학 전문가다.”

 -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부산이 더 이상 정치권력에만 기댈 수는 없지 않나. 서 후보는 측근의 원전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끝까지 부정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서 후보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 부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은데, 막판엔 서 후보에게 유리할 거란 분석이 있다.

 “서 후보에겐 ‘친박 실세’가 최고의 슬로건이다. 그러나 얼마 전(영남신공항 추진 지역인) 가덕도에서 열릴 예정이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가 대구지역 새누리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고 한다. 대통령에게만 의지하는 소아병적 정치력으로는 시정을 운영할 수 없다. 시민들 사이에 ‘자립만이 강한 부산을 만들 수 있다’는 의식적 진보가 이뤄진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 어떤 부산을 만들 건가.

 “부산은 정치적으론 민주주의의 성지이며, 한국전쟁 당시 많은 피난민을 품어준 ‘힐링’ 도시다. 작고하신 이태석 신부,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때 후배를 살리고 죽는 길을 택한 부산외대생 양승호군, 일본인 취객을 구하고 본인이 희생한 이수현군이 보여준 정의감이 부산 정신이기도 하다. 내가 시장이 되면 이 정신을 바탕으로 나눔과 자원봉사를 통해 세계 최고의 복지 자립도시를 만들겠다. 시민 정신의 대통합을 이루겠다.”

 - 서 후보의 공약과 차이점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 공약은 정부의 인천공항 중심의 공항 육성 전략과 대구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우리의 자발적인 민자 유치로 가덕신공항을 유치해야 한다. 서 후보의 20만 개 일자리 공약도 대표적인 전시 공약이다. 나쁜 일자리 20만 개는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아픔을 준다. 대기업 유치, 동북아해양경제수도를 통한 각종 사업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가 불출마 선언했다.

 “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와 시민단체, 시민들이 20년간 이어져온 새누리당 독재 체제를 깨자는 ‘부산시민대연합’에 동참해오고 있다. ”

글=하선영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카리스마 … ‘작은 거인’ 별명  ◆무소속 오거돈=1974년 부산시 공무원으로 시작해 노태우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보좌관실에서 일했다. 운명이 달라진 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그를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했고, 이를 계기로 두 차례 여당(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키가 작고 말투가 어눌하지만 카리스마가 있다고 해서 ‘작은 거인’이라 불린다. 부산지역 향토기업인 대한제강 창업주 고(故) 오우영씨의 넷째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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