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슈 안전공약 급조 느낌" … 돈 조달 방법 안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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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지는 6·4 지방선거의 키워드는 단연 ‘안전’이다. 그러나 본지가 도시·교통·소방·건설 분야 전문가 8명에게 의뢰해 수도권(서울·경기도·인천) 광역단체장 여야 후보 6명의 안전공약을 최고 A(우수)부터 최저 E(아주 미흡)까지 5단계로 나눠 평가한 결과, 전체의 80% 이상이 중간(C·보통) 평점을 받았다. 전문가그룹은 ▶공약이 구체적인가 ▶검증 가능한가 ▶달성 가능한가 ▶지역 특성에 맞는가 ▶추진일정이 제시됐는가의 5개 기준으로 나눠 들여다봤다. 그 결과 총 30개 평가 항목(후보 6명X5개 평가 항목) 가운데 23개 항목이 C(14개)와 D(미흡·9개)로 나타났다. A는 한 개도 없었고, B(약간 우수)는 2개뿐이었으며, E는 5개였다. 전문가들이 검토한 항목의 93%가 공약으로 미흡하다는 뜻이다.

 김근영(한국방재학회 이사)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안전이 선거 이슈가 되니 급조한 탓이겠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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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구나 센터 설치에 치중=수도권 6명의 후보는 송영길 새정치연합 인천시장 후보를 제외하곤 모두 재난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재난을 관리할 별도의 지휘본부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상당수의 안전공약이 비슷비슷한 기구나 센터 설치에 치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밖에도 첨단통제센터, 사이버안전센터, 안전건강센터(이상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재난안전센터, 경기도 안전국(이상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재난안전센터(새정치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 안전총괄단·해양물류안전센터(이상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등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송영호 혜천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조직구성과 체제가 불명확한 기관 신설이 안전대책의 근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도 같았다.

 ◆‘어떻게’는 없어=기구는 만든다고 했으나 안전공약 다수가 ‘무슨 돈으로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론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일례로 서울시장 후보들이 강조한 지하철 안전의 경우 안전한 지하철의 검증 기준이 뭔지, CCTV 설치를 통해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되는지 등이 빠져 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국가위기관리실 자문위원을 지냈던 이재은 충북대 교수는 “후보들이 공약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없다”며 “치열한 고민 없이 일반적인 정책사업들을 안전공약으로 포장한 것도 다수 눈에 띈다”고 말했다.

 조금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간 후보의 경우는 ‘돈 문제’를 밝히지 않았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의 경우 ICT를 활용한 스마트 재난안전관리 확대 등 4대 안전공약을 제시했지만 소요예산이 나와 있지 않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도 34개 상습침수피해 지역 완전 해소와 재난피해자 보상을 약속했지만 재원 확보 방안이 없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추진 일정에 대한 언급은 대부분 없거나 ‘당선된 뒤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식의 형식적 언급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의 5개 항목 가운데 ‘측정·검증 가능성’과 ‘달성 가능성’ ‘추진 계획성’ 등에서 전반적으로 혹평을 받은 이유다.

 ◆안전의식·문화 육성은 뒷전=전문가들은 시민 또는 도민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안전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중장기적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런 면에서 김진표 후보가 지자체 주관으로 유치원과 초·중·고에서 재난대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영호 교수는 “안전업무는 전문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대체로 전문인력 확보 계획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소아·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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