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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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병익(평론가)>
조세희씨의 『클라인씨의 병』(문학과 지성)은 조씨가 오랫동안 발표해온 난장이 시리즈의 결론부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근로자문제와 산업공해문제를 다룬 조씨의 이 작업은 두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그 하나는 우리문단의 쟁점으로 부각돼온 순수와 참여문제를 문학적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체로 농촌쪽에 집중돼온 현실의 부정적 측면의 방향을 도시문명, 혹은 그의 산업화문제 쪽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의 사회의식을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는데 성공했음을 뜻한다.

<한용환(작가)>
이 달에 출간된 유재용씨의 단편집 『꼬리 달린 사람』은 상당한 감동을 주었다.
이 작품집에는 데뷔작으로부터 최근 발표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13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는데 거기에는 유재용 문학의 독특한 매력과 재미가 숨겨져 있다. 한마디로 그 소설의 특징은 「인의 전형화」에서 찾아지지 않을까 판단된다.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 가운데서는 최일남씨의 『가난을 이기는 법』, 정연희씨의 『그물의 저쪽』(이상 현대문학), 최창학씨의 『동물과 그들의 시간』 민병삼씨의 『버스종점』(이상 소설문예)등이 인상에 남는 작품들이었다.

<정을병(작가)>
작가는 현실의 눈이고 역사의 증인이라고 볼 때 4·19에 대해서 작가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김원석씨는 『개나리 시들 때』(소설문예)에서 이 문제를 무대 앞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우리들에게 4·19의 망각을 일깨워주고 있다.
4·19는 오늘의 우리와 아무관계가 없는 듯이 조용히 잊혀지고 있다.
소리 높게 떠들고있는 경제발전도 그날의 주역과는 먼 거리에 있다. 현장소설의 형식을 빈 리얼한 수법으로 작가는 그들의 퇴색해 가는 생활을 처절하게 그리고 있다.

<염무웅(평론가)>
조세희씨의 『클라인씨의 병』(문학과 지성)은 조씨가 시도하는 일련의 연작소설중의 하나다.
주인공 3남매는 어린 나이에 공장노동자로 취직하여 고달픈 나날을 보낸다.
맏형인 영수는 이 경험을 통해서 사용자의 과도이윤이 근로자의 부당한 희생의 산물이라는 사회구조의 원리를 깨닫는다.
조씨는 이처럼 일방적으로 비대해지는 기업의 횡포 밑에 고통을 당하는 오늘날의 노동사회의 모순을 그 심장부에서 문제 삼는다. 다만 지나치게 복잡한 테크닉이 작품의 소재자체가 요구하는 리얼리즘의 방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 것이 아쉽다.

<조선작(작가)>
박기동씨의 『가라앉는 섬』(문학사상)은 환상적인 체험을 다룬 작품이다. 강 가운데 환상의 섬이 있고 이 섬은 댐 공사로 수몰되고있는 중이다. 섬사람들은 섬을 떠나고 마침내는 소년과 소녀만 남는다.
섬이 홍수와 함께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을 때 그들은 스스로 만든 뗏목으로 물위에 떠오른다.
만약 이런 이야기를 이른바 문제의식이 투철한 작가가 다룬다면 수몰지구 농민들의 가난한 생활상과 보상문제를 둘러싼 사회의 비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으면서 탄탄한 미학적 조형을 가늠하게 한 박씨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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