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불법대출 연루 … 18년 만에 개장했지만 올 초 맥쿼리에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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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5층, 지상 7층, 면적 2만7000여㎡. 경기 일산동구 백석동에 있는 고양종합터미널 상가는 지하철 3호선 백석역과 이어져있다. 23개 시외버스 노선이 운영되는 교통의 중심지다. 승용차 1420대, 버스 130대, 환승주차장 300대 등 1850여 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 하지만 지하 2층에 입점한홈플러스와 지상 5~7층에 자리 잡은 메가박스 영화관을 제외하면 아직 입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가 진행 중인 매장도 많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인 엠코가 시공을 맡아 공사비 1547억원을 들여 2012년 3월 완공했다. 터미널 부지는 1994년 선정됐지만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2년에야 건축 재허가가 났고, 이후 사업자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2005년 종합터미널고양(주)이 터미널 사업권을 인수해 2007년 착공했다. 그러나 2011년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이 터지고 이황희(56) 대표가 구속되면서 또 고비를 맞았다. 이씨는 2005년 2월~2011년 8월 특수목적법인(SPC)과 유령회사 60여 곳을 동원해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7213억원을 불법대출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당초 300억원을 빌린 뒤 사업 진척이 더뎌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10여 차례 추가 대출을 끌어들였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불법대출금 가운데 약 1188억원만 관련 사업 경비로 사용했을 뿐 나머지는 대출 이자를 갚거나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시 자본금이 9918억원이었던 에이스저축은행 대출 여력의 70%가 넘는 금액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2011년 9월 제일·제일2·에이스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터미널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개장도 완공 후 3개월이 지난 2012년 6월에 이뤄졌다. 고양시가 터미널 허가 조건으로 제시한 환승주차장 등 250억원 상당의 시설물을 기부채납 받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사용승인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부지 매입부터 개장까지 꼬박 18년이 걸린 셈이다.

 이씨는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부실 대출을 해준 에이스저축은행 윤모(65) 대표와 최모(55) 전무는 각각 징역 7년과 3년을 선고받았다. 제일·제일2·에이스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고양터미널의 모든 지분은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다. 이어 지난 3월 예보는 고양터미널을 맥쿼리자산운용에 1930억원에 매각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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