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 폭넓게 검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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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북한의 22일 연평도 근해 포격과 관련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박 대통령,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박 대통령은 주말 내내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국정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에 몰두했다. [사진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2기 외교안보라인의 인선 구상을 내놓는다. 박 대통령은 주말 내내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퇴진으로 공백이 생긴 외교안보라인의 인선에 몰두했다고 한다. 우리의 안보 공백을 노린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르면 26일에는 후임 인선 발표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안보의 중추인 두 자리에 누가 앉느냐는 향후 박 대통령의 외교·통일·안보 전략이나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우선 2기 외교안보라인은 대북 강경파가 주도했던 1기 라인업에서 탈피해 좀 더 유연하고 정치력·협상력을 갖춘 인사들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 등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에 적합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 두 자리 모두 군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전직 국정원 출신과 법조인 출신 K모씨 등을 국정원장에 기용하려 했으나 막판 검증 과정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정원장엔 과거 국정원 근무를 했거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나 외교안보 전략가들로 대상을 넓혀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과거 국정원 2차장을 지낸 이병기 주일대사가 거론되고 있다. 외교관 출신인 이 대사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았다. 역시 국정원 근무 경험이 있으면서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낸 박근혜계 중진인 권영세 주중대사도 물망에 오른다. 또 공안사건에 정통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외교관 출신으로 국정원 1차장(해외담당)을 지낸 김숙 전 유엔대사도 하마평에 오른다. 김 전 대사의 경우 지난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 인선 때도 막판까지 유력하게 검토됐다 낙마했는데 강경파가 주도하던 당시의 기류와 코드가 맞지 않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대선 댓글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북방한계선(NLL) 발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사건 등 수차례에 걸쳐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친박계 등 정치인 출신 기용에 대해 신중설이 나도는 가운데 한기범 현 국정원 1차장과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민병환 전 2차장도 후보군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 국정원 사정에 밝고 정무 감각이 있는 인사들을 폭넓게 국정원장감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정원장의 비중을 감안한 깜짝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2기 국가안보실장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자리를 옮겨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이름도 거론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먼저 대응하고 사후 보고하라”고 주문할 정도로 안보 강화에 중점을 둬왔다. 그런 만큼 군 출신 중 전략가로 꼽히는 인사가 선택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영종·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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