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녀들, 「홍콩」서 외화를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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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해녀가 「홍콩」에 진출, 잠수기술을 과시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녀라고하면 낮춰보지만「홍콩」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해녀생활 7년의 정우자양 (27·북제주군구좌면연평리)은 잠수어업의 불모지「홍콩」에서 해녀는 하나의 신기한 직종으로 불린다고 했다. 한국해녀로 긍지를 갖고 보람을 느낀다는 정양은 자신을 가리켜 『돈벌러 왔기 때문에 「홍콩」도착이래 단한번도 외출을 못한 바고』라며 웃었다.
그녀는 해녀라는 직업이 중노동이지만 게약기간 6개월동안 각자가 채취한 (성게)단의 양에따라 벌어들이는 돈의 차가 있어 더 많이 벌려는 욕심 때문에 화장조차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홍콩」에 체류하면서 운단을 채취하고 있는 해녀는 정양을 포함해서 모두 4명. 양영순(24) 한옥자(22) 한정운(24)양등 모두 구좌면연평리출신이다.
우리나라 인력진출사상 해녀로서는 「홍콩」이 처음인 이들의 진출계기는 「홍콩」근해가 무진장한 운단의 보고여서 가능했다.
일본서 가장 비싸고 가장 인기있는 해산물 운단(식용·일본어로는 「우니」)은 우리나라에서도 채취되어 대일수출량이 연간 미화 5백만「달러」에 이르지만 「홍콩」운단은 한국의 그것보다도 더 고급이다.
「홍콩」교포 전복기씨(53·향항동광만이화가1호20누K좌·안도무역공사대표)가 대일운단채취판매사업을 착안하면서부터 한국해녀를 불러들였다.
작년 2월1일 처음으로 운단채취에 한국해녀를 구룡반도 동북쪽 12 「마일」지점인 청수만에 잠수시킬때 「홍콩」 어부들은 코웃음을 쳤다.
『여자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믿지 않으려했던 「홍콩」어민들은 억척스러울이만큼 근면하고 악착같은 해녀들 작업에 이게는 신기하다못해 경탄을 아끼지않는다.
「홍콩」에는 해녀가 없으니까 자연히 한국해녀들의 잠수작업은 하나의 관광대상이 되었고 매일요일이면 「요트」놀이를 하는 「례저」족들의 빼놓을수 없는 눈요기-. 『첨벙』하고 물속깊숙이 들어가는 해녀들의 잠수활동을 신기하듯 쳐다보기 일쑤었다.
매년 12월초부터 다음해 3월말까지 운단채취기간이 이들의 잠수작업기간.
매일 아침 8시30분에 전씨집을 나서 승용차편으로 구룡반도 동북쪽 백사만에 정각9시면 어김없이 닿는다.
파도가 일지않고 악천후가 아니면 잠수작업을 거르지 않는다.
한달을 평균해서 25일간 운단을 채취하는 정양등 4명의 한국해녀는 한조가 되어 하루 5시간 정도 바닷속을 헤매 운단을 채취한다.
많을때는 6백kg을 채취하고 이것을 현지주민이 까서 알을 빼내는 양은 30kg, 싯가로 치면 미화6백「달러」어치다.
하루 5시간 잠수는 「홍콩」어민들은 상상도 할수 없는일.
어선 한척에 2대·3대가 사는 「홍콩」의 해상족어부들은 하루종일 채취해도, 한국해녀 한사람이 거둬들인 양의 절반도 안된다는것.
월15만원의 봉급을 받기로 하고 작년에 왔다가 두번째 온 정양은 작업능를이 좋아 지금은 매월 한화 30만원선을 안넘길때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첫달 20만원, 둘째달은 25만원, 셋째달은 30만원을 고스란히 가족에게 보냈다면서 「홍콩」에서의 잠수활동을 만족해 했다.
『「홍콩」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과 친지들은「팔려간다」「잘못하면 술집 접대부로 전락한다」고 걱정을 했지만 막상 와서보니 그렇지 않아요. 올수 있다면 얼마든지 와서 돈을 벌고 견문을 넓힐수 있어 좋지 않겠어요.』
정양은 한사람이라도 더많이나와 활동해야된다고 말했다. 「홍콩」정청당국은 해산물이 없어져가는판에 운단이라는 노다지가 나온ㄷ다가 한국해녀의 근면성에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고 전하는 전씨는 현지어부들과 채취권을 싸고 마찰없이 용화가 잘되면 올해 12월께는 현재보다 더많이 8명정도의 초청은 가능할것같다고 했다. <홍콩=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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