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평택은 미 침략기지라고 했나" vs 박 "철 지난 색깔론 … 새 공약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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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TV 토론을 벌였다. [최승식 기자]

서울시장 후보들이 19일 첫 토론 대결을 펼쳤다. 중견언론인모임인 관훈클럽 초청으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의 이념적 편향성을 파고들었고 박 후보는 정 후보의 공약 중에 새로운 게 없다고 반격했다.

 정 후보가 먼저 “박 후보는 돌고래를 바다에 방사하는 데 7억6000만원을 썼는데 북한 인권 관련 단체는 정파적이라 지원하지 못한다고 했다. 북한 동포의 인권이 돌고래만도 못하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정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박 후보가) 제주해군기지와 평택기지가 미국의 전쟁침략기지라는 문서에 서명했고 이석기 재판의 근거법인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를 북한에 송두리째 갖다 바치려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 후보는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를 지냈고 공익 변호사로서 제 삶 을 바쳐 왔는데 상대방이 걸어온 길에 대해 기본 예의는 있어야 한다”며 "제가 할 말이 없어 가만있는걸로 생각하느냐”고 발끈했다.

 박 후보는 “정 후보의 64개 공약 중 54개가 이미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 고민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받아쳤다. 정 후보도 지지 않고 “박 후보님이야말로 한전 부지와 코엑스를 묶어 개발하겠다는데 오세훈 전 시장이 4∼5년 전에 이미 언급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이 안전예산 확보, 서울 도시경쟁력, 전·월세 대란 등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했을 때도 정 후보는 대부분의 답변을 박 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시켰고, 박 후보도 답변시간을 쪼개 하나하나 반박했다.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한 예산 확보방안을 묻는 질문에 정 후보는 “안전예산이 오세훈 시장 때보다 1000억원 줄었다. 예전 수준으로 올리면 된다”고 했고, 박 후보는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과거 시장과 달리 예산 결정하는 회의에 올해에만 4번 참석했다”며 예산확보 의지를 밝혔다.

 서울의 도시경쟁력에 관한 질문에도 정 후보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인천으로 가고 서울로 안 왔다. 인천은 시장이 독일에도 직접 오셨는데 서울시장은 무관심했다고 하더라”며 비판했다. 박 후보는 “중앙정부가 확고하게 인천으로 보내야겠다고 밀었다. 인천과 서울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방어했다.

 전·월세 대란 해법으론 두 후보 모두 공공임대주택 증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8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초과 달성했다”고 하자 정 후보는 “8만 호 중 6만 호는 오세훈 시장 때 도장 찍은 거 아니냐”며 성과 부풀리기라고 주장했다.

 상대 후보의 주요 공약을 두고도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정몽준=“박 시장이 취임한 다음 본인의 부정적 발언으로 (용산 개발사업) 투자가치를 훼손시킨 건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박원순=“왜 파산·파탄에 이르렀는가 깊이 있게 분석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대안을 내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정몽준=“3년간 박 후보께서 마을공동체사업으로 2500억원을 썼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걱정된다.”

 ▶박원순=“저만의 정책은 아니다. 협동조합법을 개정해 큰 붐이 일었는데 2011년 연말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정책이다.”

 ▶박원순=“(정 후보 공약 중) 배로 한강에서 중국까지 가게 하겠다는 공약이 있다. 과거 전시성 행정, 토건·선심성 공약이 아닌가.”

 ▶정몽준=“중앙정부가 (경인 아라뱃길에) 2조5000억원을 썼다. 누구라도 이걸 활용해야 한다.”

 개인채무 상환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시장 끝나고 개인으로 돌아가면 좀 더 채무를 상환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될 당시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을 사과하며 흘린 눈물에 대해 “좀 의식해서 한 것(운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고단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26일 서울시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서 두 번째 토론 대결을 한다.

글=김경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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