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공격적 바둑 구경하다 본심 내비쳐 … "중국 외교관리들에게 좀 보게 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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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진핑(習近平·61·사진)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대 방문에 관한 일화가 최근 베이징 외교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시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베이징대를 방문한 건 지난 4일. 중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5·4 운동 기념일에 맞춘 방문이었다. 시 주석은 학생들의 시낭송회를 참관하고 교수들과의 좌담회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지론인 ‘중화민족의 부흥과 꿈’을 강조했다.

 방문 일정 가운데 베이징대 학생 가운데 바둑 고수가 나와 시 주석 앞에서 직접 바둑을 두는 순서가 있었다. 이 학생은 초반부터 대단히 공세적인 포석을 펼쳤고,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대국에 임했다. 바둑 애호가로 알려진 시 주석이 이를 눈여겨보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바둑 두는 모습을 중국 외교관리들에게 좀 보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 숨겨진 일화가 최근 회자되고 있는 건 최근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보인 중국의 강성 대외 자세와 관련이 있다. 시 주석의 베이징대 방문 사실은 중국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됐지만 이 부분만큼은 보도되지 않았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관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이 얘기를 들었다”며 “시진핑 주석이 바둑 구경을 하다 은연중에 보다 공격적인 외교를 바라는 자신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외교관들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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