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풍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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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도처의 공단주변 땅값이 1년에 30배나 뛰면서 품귀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공단주변의 땅값이 이렇게 치솟는 것은 수도권 인구재배치계획 및 공해공장의 지방이전 등으로 토지수요에 비해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는데 근본적 원인이 있지만, 수급불균형의 틈서리를 탄 투기행위가 큰 가속요인이 되고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지난여름의 「아파트」투기, 최근의 증권투기 등과 궤도를 같이 하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에 깊이 만연된 투기풍조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땅값 폭등과 같은 투기풍조의 만연은 안정적 지속성장을 위해서나 사회정의의 구현이란 측면에서 매우 소망스럽지 못한 것이다.
우선 공단주변의 땅값 폭등은 생산활동의 위축과 「인플레」를 가속시킨다. 지가상승은 곧 공장건설비의 증가→원가상승→제품가 인상→「인플레」로 연결된다.
또 땅값 상승으로 인해 아예 공장건설 등이 포기되는 사태가 많다.
도시주변의 땅값 폭동 때문에 공지가 계속 개발되지 않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 매우 치명적인 자원낭비인 것이다.
이러한 자원낭비가 많을수록 국민경제의 성장력은 저하되는 것이다.
아무리 도매물가지수가 10%안에 유지되고 있다해도 땅값이 오르고 이 때문에 민간투자확대의 「무드」가 위협받는다면 10%의 안정은 아무런 의의도 없을 것이다.
땅값 폭등은 또 사회정의나 자원분배 면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다. 토지투기로 인한 이전이익이 횡행할 때 기업가의 창의적 노력이나 근로층 일반의 성실성·근면성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투기이익이 만연되면 사회는 요행을 바라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풍조로 충만 되기 쉽다.
따라서 모든 자원은 생산부문 보다 투기부문으로 편중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성장의 추진력을 감퇴시킬 것이다. 기업가는 생산요소의 효율적인 결합이나 기술혁신 보다 「인플레」이익에의 편승을 더 추구할 것이다.
최근 들어 거액의 투기자금이 「아파트」·증권·토지 등으로 몰려다니는 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는 사실이라든지 저축성예금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는 현상 등은 이런 풍조를 잘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본래 투기는 장래의 물가 전망에 대한 불안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이는 물가 전망을 더욱 악화시킨다. 「인플레」와 투기의 악순환인 것이다.
토지투기로 1년에 30배씩 폭리를 얻는 횡재를 보면서 어찌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검 절약하여 목돈을 모으라』는 저축구호가 설득력을 갖겠는가.
투기풍조의 만연은 사회적 흐름이라 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론 물가 안정에 대한 「컨센서스」가 확고히 이루어지지 못한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론 특히 중동「붐」등으로 해외부문에서 급격히 조출된 통화를 효과적으로 조절 못해 통화범람상태를 초래한 것이 투기풍조를 직접 자극한 것이다. 유동성 과잉기조 아래선 아무리 행정규제나 과세수단을 강화해도 투기를 진정시키는 덴 한계가 있다. 따라서 투기풍조의 해소를 위해선 통화의 증발을 본원적으로 봉쇄함과 동시에 이미 지나치게 늘어난 통화 즉 투기자금 등을 제도금융으로 끌어들여 산업「채널」에 환류시키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정책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땅값 폭등은 단지 지가가 인상된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이의 심각성을 좀더 깊이 인식하여 근원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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