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폐석 땅에 억새밭, 정병학 교사 백농교육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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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주변의 환경 문제야말로 가장 좋은 과학 실험의 장입니다.”

 15일 제2회 백농교육상을 수상한 정병학(49·사진) 강원 영월 석정여중 교사의 소감이다. 1995년부터 이곳에서 과학을 가르쳐온 정 교사는 2000년 교내 환경 동아리를 만들었다. 큰 홍수가 나면서 영월·정선 등 산지에 쌓여있던 광산 폐석이 마을로 쏟아져 내려온 것이 계기였다. 그는 한때 국내 최대 규모였던 상동 중석 광산의 헐벗은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의 침식과 유실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폐석은 학교는 물론 마을 주민 전체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떤 식물을 심을 것인가 고민했다. 5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것이 바로 억새였다. 중석·석탄 등으로 강한 산성이 돼버린 토양에 하수 처리장에서 나온 슬러지(찌꺼기)를 섞어보니 더 잘 자랐다. 또 다른 환경오염으로 골칫거리였던 슬러지의 염기성이 되레 토양 개량의 양분이 된 셈이다. 정 교사는 해당 논문으로 석·박사를 받고 아이들은 전국 학생과학전람회에서 6회에 걸쳐 특상을 수상했다. 정 교사는 “이론과 실험이 한자리에서 이루어지니 학생들의 학습 효과도 더욱 높아졌다”고 했다. “입시 교육에 맞춰 실험이 줄다 보니 과학도 사회과목처럼 이해하고 암기하는 과목이 됐다”며 “상금 1000만원은 학생들의 실험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농교육상은 중동학교를 설립하고 서울대 초대 총장을 지낸 백농 최규동(1882~1950) 선생을 기리기 위해 중동중·고등학교총동문회(회장 백강수)가 제정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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