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경쟁자 죽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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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 상무부가 2일 하이닉스에 대해 상계 관세 예비판정을 내리자 D램 업계에선 사실상 하이닉스 퇴출을 겨냥한, 본격적인 업계 구조조정 압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예비 판정에 대해 "마이크론과 인피니온 등 경쟁업체들의 하이닉스 죽이기가 시작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미 정부의 이번 상계관세 부과 결정은 계속되는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한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지난해 11월 국내 D램업체들을 제소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삼성전자를 뺀 모든 D램 업체들은 끝이 안 보이는 정보기술(IT) 경기 침체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도 감산 대신 '출혈 경쟁'과 증산을 고집하면서 경쟁사의 퇴출을 노골적으로 바라는 한계 상황까지 내몰려 있다.

◆D램 업체 간 출혈 경쟁 심화 우려=미.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이 어려워져도 하이닉스가 전체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업계에선 수출 중단으로 남아 도는 하이닉스의 D램 물량이 동남아 현물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수요 부진으로 신음하는 시장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럴 경우 지난해 말 9달러까지 올랐다가 올들어 3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D램 반도체의 동남아 현물가격은 또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D램 가격이 2달러 중반 선까지 밀리거나 가격 약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업계, 2강 체제로 재편 가능성=D램 경쟁사들은 세계 3위인 하이닉스가 미.유럽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면 그 빈자리를 채우는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혜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제조원가를 밑도는 D램 거래가가 이른 시일 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업체들의 경영난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이닉스를 제소한 D램 업계 2위의 마이크론만 해도 2000년부터 최근까지 9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독일의 인피니온 역시 2000년 이후부터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본 유일의 D램 메이커인 엘피다(NEC-히타치 합작 회사)도 적자 영업이 계속되면서 다급한 상황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1위인 삼성전자와 4위 업체인 인피니온, 두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는'2강 구도'로 굳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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