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상한, 임대주택 건립, 개발이익 환수 … '세 가지' 없는 리모델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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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보다 건축 규제가 덜 까다로운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시범사업단지 선정 등으로 리모델링 기대감이 커진 분당신도시.

헌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다. 집 크기를 넓힌다. 새로 짓는 아파트의 일부를 일반분양한다. 무슨 사업일까. 많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건축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도 정답이다.

리모델링이 재건축과 비슷해졌다. 지난달 25일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시행되면서다. 기존 전용면적 기준으로 30~40%까지 증축할 수 있고 기존 가구수의 15%까지 일반에 팔 수 있다. 과거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증축 범위가 제한됐고 일반분양이 허용되지 않아 자기 돈 들여 자기 집을 고치는 수준이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과 사업성에서 어깨를 견주게 되면서 재건축의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을 추진해온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는 리모델링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다.

재건축과 함께 리모델링을 비교하려면 전제가 있다. 사업성이 나오려면 집값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비싼 지역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개 3.3㎡당 1600만원 이상이어야 리모델링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서울 강남권과 목동, 여의도, 경기도 분당신도시 등이다.

연한이 되어야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할 수 있다. 리모델링은 지은 지 15년 이상, 재건축은 20~40년은 돼야 가능하다. 서울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모두 할 수 있는 아파트는 1985년 이전 준공된 단지들이다.

이들 조건에 충족된다면 저렴하게 넓은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사업방식으로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어느 게 나을까. 건축규제 기준에서 보면 리모델링의 매력이 커졌다. 둘 다 건축규제 저울에 올리면 리모델링 쪽이 올라갈 것이다. 규제가 가볍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가 덜하다고 해서 리모델링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에 이상이 있다고 나오면 재건축해야 한다. 리모델링보다 일반분양이 훨씬 많으면 재건축이 더 낫다. J&K 백준 사장은 “기존 용적률이 낮으면 재건축이, 높으면 리모델링이 유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용적률 외에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단지에 따라 꼼꼼하게 사업성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①용적률 상한=재건축은 지역별로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 제한을 받아 법적 상한 용적률을 넘지 못한다. 아파트가 많은 3종 주거지역의 경우 300%다. 사업부지 면적이 1000㎡라면 지상 건축연면적이 3000㎡ 이하인 셈이다. 법적 상한 용적률 범위 내에서만 집 크기를 넓히든, 가구수를 늘리든 할 수 있다.

리모델링은 가구별 증축범위(전용 85㎡ 이하 40%, 85㎡ 초과 30%) 내에서 지역별 용적률 상한에 상관 없이 지을 수 있다. 동간 거리 등 건축기준 완화 혜택이 있어서다. 올해 입주한 서울 청담동 청구(청담 아이파크)·두산(래미안 로이뷰)과 대치동 우성2차(래미안 하이스턴)는 이들 지역의 법적 상한인 300%가 넘는 용적률로 리모델링됐다.

②임대주택 건립=재건축은 용적률을 당초 자치단체가 세운 정비계획보다 법적 상한으로 높여 건축하면 법적 상한과 정비계획 용적률 차이의 50%를 소형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용적률 완화에 대한 대가다. 정비계획 용적률은 자치단체가 고밀화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 상한보다 낮게 조례로 정한 지역별 용적률 이하에서 정해지기 때문에 법적 상한보다 훨씬 낮다. 정비계획 용적률이 250%이고 법적 상한이 300%라면 25%가 전용 60㎡ 이하의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리모델링 사업에는 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없다. 같은 조건이라면 리모델링 사업성이 좋다. 임대주택을 짓지 않을 뿐 더러 임대주택에 해당하는 주택을 주변 시세 대로 일반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개발이익 환수=재건축 단지는 재건축으로 많이 오른 집값의 일부를 국가에 내야 한다. 정부가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을 현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 평균보다 집값이 많이 오른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는 면제되고 3000만원이 넘으면 금액에 따라 초과이익의 10~50%가 부담금으로 부과된다. 현재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최종 재건축 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는 부과가 유예될 뿐 부담금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안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할 방침이지만 관련 법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불확실하다.

리모델링에는 아무런 부담금이 없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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